“-켜졌나?”

 

유라는 바로 앞에 놓인 카메라를 녹화 모드로 켜진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녹화하는 화면이 앉아도 보일 수 있게 고정해놓고, 카메라의 맞은편에 자리 잡아 앉았다. 남이 찍어주고 그 영상을 보는 것은 익숙했지만, 스스로 찍는 영상에 자신이 나오는 모습을 보니 어색한 마음에 입만 우물거렸다. 아니, 어색한 마음보다는 꺼내야 할 말이 쉽사리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 크겠다. 영상에서는 시간만 흐르고 입만 달싹이며 말하기를 주저하는 유라의 모습만이 담겨만 있었는데, 이내 결심을 한 모양인지 카메라를 향해 유라는 겨우 한 마디를 내뱉었다.

 

“정한아, 나 내일 죽어.”

 

의외로 하려던 말을 내뱉으니 언제 말하기를 주저했냐는 듯 덤덤해졌다. 덤덤하게 내뱉은 자신에 놀랐던 것인지 유라는 휘둥그레져서 두 눈을 끔뻑여 보였지만, 오히려 덤덤해진 게 다행이라 생각했다. 이런 말은 우울한 마음으로 보이기보다 웃는 얼굴로 말하는 게 이 영상을 볼 정한에게 좋을 테니까. 잠시 그늘져 보였던 유라의 얼굴은 언제 그랬냐는 듯 카메라를 향해 밝게 웃어 보였다.

 

“유일한 제자한테 모든 걸 알려주지 못하고 가버리게 됐네, 이런 스승이라 미안해!”

 

스승이라고 할 수 없는 스승이지만, 이런 스승의 부탁 하나만 들어주지 않을래?

유라는 가볍게 숨을 고르곤 진지하게, 화면 너머로 볼 정한을 향해 진심을 담긴 말을 꺼내 보았다. 부탁이란 꽤 긴 내용이었는지 입을 쉬지 않고 주절대었고, 정말 인생을 다 산 사람처럼 슬 웃어 보이는 유라였다. 털썩, 뭘 했다고 벌써 기력이 빠지는 느낌에 소파에 몸을 기대 고개를 들어 보이던 유라는 너한테 더 해줄 게 없네. 있다면, 이 집이랑 그동안 모아놓은 보물들이려나…. 한탄하듯 중얼거렸다. 유라는 한참을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다가 벌떡 몸을 일으키더니 씨익 이를 들어 내보이며 웃어 보였다.

 

“그 보물들, 팔아도 좋고 서에 보내도 좋아. 내 추억이라 생각하고 보관해둬도 좋고.”

 

더 할 말이 없는지, 고민에 잠기던 유라는 여기서 더 말을 해봤자 질척일 뿐이고 영상에서는 좋은 모습, 웃는 모습만 보이고 싶었기 때문에 자리에서 일어나 카메라로 다가갔다. 이게 마지막 인사가 되겠네. 안녕, 내 하나뿐인 제자. 안정한. 그 말을 마지막으로 녹화 영상은 끝났다. 마지막 말은 어떤 얼굴로 했는지 비춰지지 않은 채 말이다―….

 

 

 

“이게 뭐예요, 스승님..”

 

녹화 영상이 끝났다는 걸 알려주는 까만 화면만을 허탈하게 바라보던 정한은 이 상황을 제대로 인지할 수가 없었다. 처음엔 문자로 연락을 했지만, 평소보다 답장이 늦는 것에 혹시 문자를 못 본 것인가 싶어 전화를 걸었으나 없는 번호라는 기계 안내음이 들려온 것에 뭐지 싶었다. 정한은 번호를 바꿨는데 말한 걸 깜빡한 것인가 했다. 하지만 스승인 유라의 집에 들어와 책상에 「꼭 봐」 남겨져 있는 쪽지와 같이 올려져 있는 테이프를 틀어보고 자신이 추측한 게 틀렸다는 걸 알았다.

 

“이렇게 일방적으로 통보해놓고 도망가는 게 어딨어요!”

 

스승인 유라에 대해 전부 아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녀에겐 가족 하나, 죽게 되면 장례를 치러줄 그 누구 하나 없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죽음의 소식을 통보해놓고 간 스승님을 원망했다. 자신을 제자라고 생각한다면, 마지막 가는 길 정도는 보게 해야 하는 건 아닌가 하고.

 

‘어리다고 생각해서, 죽음을 보면 무서워할 거라고 생각한 걸까? 죽음을 보는 것보다 하나뿐인 스승님이 어디서 죽게 될지 모르는 게 더 두려운데.’

 

정한은 입술을 질끈 씹으며 주먹을 꽉 쥐었다. 자신이 지금 할 수 있는 거라곤 아무것도 없다는 한심함에…. 이제 아무도 살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주듯 껌껌하고, 인기척이라곤 느껴지지 않는 집 안에 홀로 있던 정한은 이 적막감을 없애려는 듯 힘없이 손을 들어 다시 한번 영상을 재생시켰다. 영상은 다시 유라가 카메라를 만지작거리는 소리와 함께 켜졌는지 확인하는 목소리로 시작되었다. 정한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화면 속에 나오는 유라를 바라보았다. 한참이나 말하기를 망설이던 유라는 덤덤한 목소리로 죽는다는 소식을 내뱉었다. 방금 들었던 것임에도 지끈, 가슴이 아파왔다.

 

【유일한 제자한테 모든 걸 알려주지 못하고 가버리게 됐네, 이런 스승이라 미안해!】

 

밝게 미소 지으며 말하고 있었지만, 정한의 눈에는 유라가 애써 웃는 것임을 알아챌 수 있었다. 그야 정한의 뛰어난 관찰력을 눈에 보고 제자로 받아들였으니 아무리 유라가 뛰어난 연기를 했어도 평소와 다른, 작은 차이점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화면 속의 유라는 밝은 웃음이 어느새 쓸쓸한 웃음으로 바뀌며 이 영상을 보고 있을 정한을 향해 부탁 하나를 했다.

 

【너만은 날 괴도로즈면서 한 사람의 한유라였다는걸 기억해줘.】

【내 뒤를 이어서 괴도로 지내도 좋고 그러지 않아도 좋아. 앞으로의 인생은 네가 원하는 대로 살아.】

 

“당연한 부탁하지 말아요, 스승님….”

 

당연한 부탁을 한 것도 그랬지만, 괴도로 지내와서 체력 하나만큼은 좋았을 유라가 많은 움직임을 보인 것도 아닌데 체력이 다한 듯 소파에 몸을 뉘는 모습을 보고 정말 죽음에 다가감을 느끼며, 정한은 먹먹해진 가슴을 움켜잡았다.

 

【이게 마지막 인사가 되겠네. 안녕, 내 하나뿐인 제자. 안정한.】

 

보이지 않는 작별인사에 정한은 겨우 잡고 있던 마음이 깨지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주저앉았다. 그동안의 추억들로 가득한 유라의 집 안에서 지금 제 곁에 없음에도 있는 거처럼 느껴지는, 옅게 남아있는 유라의 냄새에 정한은 결국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트렸다. 아무도 그 모습을 보고 있지 않은데, 그 모습을 누구에게라도 보이기 싫은 거처럼 바닥에 엎드려 두 팔로 얼굴을 가려내서 말이다.

 

 

 

#자신이_내일_죽을_것을_안다면_자캐는

이 해시는 정말 유라로 꼭 써보고 싶었는데 찌통나는거로 쓰네.....

쓰다가 눈물이 방울방울 나다 안 나다가 해서... 맞춤법검사만 하고 올려요!!

Posted by 쿠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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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인물 설명::
<악덕 사장> 더글라스 에델린
- 에델린 가문
- 악질만 행하는 부자인 남자.
- 자기 욕심이 강하다.
- 시민들에게 항상 행하는 행동이 나빠서 항상 이야기가 좋지 않다. 가난한 사람한텐 발길질을, 같은 부자에겐 아부를.
- 특히, 보석을 훔치고 달아나는 도둑같은 괴도를 지독하게 싫어함.
- 시민들에겐 이렇게 불리고 있음.
Frederick (프레데릭, 프레드리히-독일계)
=힘센 옹호자


Douglas (더글러스): 짙은 회색
Douglas - 더글라스=======>검은 언덕 
Edeline - 에델린=======>높은 신분으로 태어난 









1.
유라는 여느때와 다름 없이 거실에 있는 소파에 누워 티비에 나오는 뉴스를 보고 있었다. 지루한 눈빛으로 채널을 돌려가던 유라는 뭘 본 것인지 휘둥그레지며 리모컨의 버튼을 누르던 손동작을 멈췄다. 유라가 멈춘 채널은 한 남자에 대한 영상을 보여주고 있었으니- 남자는 대략 50대 중후반으로 보였으며, 보이는 얼굴만 봐도 욕심이 충만해보이는게 느껴졌다. 남자의 이름은 더글라스 에델린, 에델린 가문에서 외동아들로 태어나 부모님이 물려주신 유산을 통채로 가지고 있다 한다. 오냐오냐 자라왔던 터인지 자기 욕심이 많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 따윈 없어 모든 사람에게 미움을 받고 있었다. 단, 자기와 급이 같다고 생각하는 부자들을 제외하고 말이다. 그런 그를 향해 시민들은 이름을 붙였다고 하는데, 그 이름은 프레데릭. 힘센 옹호자 뜻을 가지고 있으니 그에겐 딱 맞는 별명이었다. 그는 이번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물건이란 물건은 다 모아 전시회를 열거라 했다. 그 중엔 미술품도 있으며, 다양한 경로를 통해 얻은 전시품들-다양각색한 보석, 진주등등-보물이라고 해도 좋을 것들이 있었다.

놀라시긴 아직 이릅니다. 오늘 전시회 발표를 위해 아껴두었던 인어의 눈물도 있으니 말입니다! 

전시할 것이 그렇게 많음에도 전시회가 발표까지 비밀리에 경매로 들여왔다는 인어의 눈물이라 불리는 핑크진주가 영롱한 빛을 보이며 카메라에 비춰졌다. 몇 년의 시간을 지나도 빛이 꺼지지 않는 핑크진주, 인어의 눈물. 듣기만 했던 것이 눈앞에 나타나자 그 장소에 있던 언론인들도 그 영상을 보고 있던 유라 또한 눈길을 끌었다.

【 이렇게 되면 괴도로즈가 인어의 눈물을 훔치러 올지도 모르겠는데요? 】

카메라 밖에 들리는 목소리에 유라는 갈 생각은 없었지만, 민중들이 원한다면 가볼까? 어쩔 수 없네~, 하는 심정으로 웃음을 머금었다. 하지만 그 다음에 이어지는 대답에 유라는 웃음기를 싹 지워버렸다.

【 하?! 그딴 도둑이 이곳에 올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까? 여긴 당신들 같은 일반 시민은 못 들어오는 곳이야! 괴도도끼니 뭐니 하는 도둑은 절대 못 들어와! 절대! 】

나같이 신분 높은 부자들만 오는 곳이니 꿈도 꾸지마! 그의 발언에 생방송으로 이어지고 있던 영상은 흔들리면서 삑, 꺼지게 되었다. 물론 유라의 손으로 말이다. TV 화면을 끈 유라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어두워진 얼굴로 제 방을 향해 걸어갔다.

"저 영감 가만두지 않겠어. 괴도가 그냥 도둑이 아니라는 걸 똑똑히 보여주겠다고!!"

그의 발언에 시민 입장에서 화나고, 괴도의 입장에서 두 번이나 화난 유라는 제 방으로 가 그의 전시회에 대한 조사와 그와 이어진 인맥을 알아내기 위한 일정을 짜기 시작했다.



2.
지금 TV와 인터넷만 틀면 괴도로즈의 소식으로 난리가 났다. 더글라스 에델린- 일명, 프레데릭에게 괴도로즈가 예고장을 보낸 것이다. 내용은 이러하다.

『 예고장
환한 달이 빛나는 하늘 아래, 그녀의 눈물이 어둠 속에 반짝이는 날.
인어의 눈물을 가져가겠습니다.
괴도로즈🌹』

이 예고장이 오게 된 것은 그의 문제되는 발언이 있고 나서 일주일도 안 된 시간이었다. 유라는 혹시라도 그에게 예고장을 보내면 그가 무시할까봐 경찰에게도 보낸 것이 큰 효과를 준 것이라 생각하며 킬킬 웃기 시작했다. 이제 날만 잘 보며 갈 준비를 마치는 것뿐이었다. …그렇게 생각했다.

"스승님!!"
"아."

제자의 존재를 잊을 정도로 화가 나있던 나머지, 유라는 제자에게 이 이야기를 말하는 것을 잊고 만 것이다. 아니, 어차피 예고장 보내면 알게 될 내용이니 괜찮지 않을까?! 자기 설득을 하며 집 안으로 들어오는 제 제자, 안정한을 향해 몸을 틀어 보였다.

"안녕~ 무슨 일로 왔어?"
"이걸 보고 왔습니다, 스승님."

자연스럽게 웃으며 인사한 유라였지만, 정한은 인사보다 자기가 이곳에 온 목적이 우선이었는지 무슨 일로 왔는지에 대한 질문에만 답했다. 정한의 손에는 폰이 들려있었고 그 안에는 괴도로즈의 예고장 소식으로 가득한 내용들 뿐이었다.

「 괴도로즈, 더글라스 에델린에게 당당히 예고장을 날리다. 」
「 그녀의 눈물이 흐르는 날이란 언제인가. 그녀란 진주의 인어일까? 」
「 시민들 환호. 괴도로즈, 프레데릭을 납작쿵 눌러주세요! 」

각각 다른 내용들이었지만, 그 안의 주제는 괴도로즈였다. 괴도의 제자로 들어온 정한은 이 내용에 대해 미리 얘기해주지 않아 기분이 상한 모양인 듯했다. 제자로서 들어왔는데 예고장을 보내기 전의 준비를 함께 하며 배우지 못 했으니 그럴 법도 하다. 하지만 유라는 정한 없이 그의 전시관에 다녀오고, 그의 인맥을 살펴본 결과, 제자를 데리고 가면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었다. 괴도로 경험을 많이 한 저로서는 여차저차 광경을 해낼수 있겠지만, 아직 관찰력 하나만으로는 갓태어난 병아리를 고양이 밭에 풀어놓는 거나 다름 없었다.

"정한-."
"저도 가겠습니다."

유라가 끝까지 부르기도 전에, 정한이 먼저 나서며 유라를 따라가겠다는 의지를 보이자 유라는 마른 세수를 했다. 말로 위험하니 따라오지 말라 해도 제자는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해낼수 있다고 다짐하며 더 끈질기게 따라가려 할테지. 이러저러 해도 결론은 단 하나에 이르렀다. 위험할지도 모르는 자리에 정한을 데려가는 것. 괴도로서 좋은 경험이 될테긴 하지만….

'여차 위험한 상황이 되면 그때 가라해도 되겠지.'

유라는 결국 알았다는 허락을 내렸다. 몇 안 되는 위험한 경험을 이르게 해도 되는 걸까, 걱정이 밀려왔지만, 일단 예고장을 보낸 후고 저 영감을 납작하게 누르며 원하는 인어의 눈물도 훔치면 시민들 또한 좋아하할테니 일석삼조의 효과를 상상한 유라는 실실 웃기 시작했다.



3.
예고장을 받고 난 후부터 며칠 동안, 그의 전시장은 경비로 방어가 탄탄한 사태로 이루어져있었다. 물론 그 유명한 괴도로즈가 언제 올지 궁금해하며 찾아오는 그의 인맥을 통해 온 자들과 신분 높은 사람들도 구경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그 괴도라는 도둑때문에 내 아름다운 전시장이 혼잡해졌잖아!!"

괜한 화풀이로 앞에 있는 양동이를 걷어차는 그였다. 그의 속과 다르게 아크릴 바닥을 구르는 양동이 소리는 경쾌했지만 말이다. 그의 행동에 이곳의 방어를 꼼꼼히 관리하고 있던 괴도를 잡는 경찰 소속 과의 반장이 다가왔다. 반장이 다가오자 씩씩거리던 그는 못마땅하다는 얼굴로 반장을 바라봤다.

"지금까지 괴도로즈를 못 잡아온 반장 나으리께서 웬 발걸음을 해서 필요없는 경비를 쓰시는걸까?"

딱 들어도 비꼬는 말투였다. 화날 법도 했지만, 반장은 화를 꾹 누르며 그를 바라보곤 그의 주위에 있는 사람을 슬쩍 훑어 보았다. 그의 주위 뿐만 아니라, 반장이 데리고 온 애들이 아닌 사람들까지 경비를 서고, 주변을 경계하는 듯하여 누구인지 궁금해하는거 같았다. 그는 제 말을 무시하는 반장에 욱했지만, 언제 그랬냐는듯 잘난 체하며 그들을 소개했다.

"이 두 사람은 내 보디가드들이야. 혹시 몰라서 대비해둔거지. 너희로는 전혀- 안심이 안 되서 내 물건들을 안전하게 지켜달라고 돈으로 매수시킨 아이들이라고~."

깐족대는 폼이 사람을 화나게 만드는 재주 하난 대단했다. 그 모습을 슬쩍슬쩍 바라보고 있던 반장의 아이들은 꼴깍, 침을 삼켰다. 아까도 참았는데 지금도 참아낼수 있을까? 반장 아이들의 걱정과는 다르게 반장은 슬 웃더니 그렇습니까, 한마디를 내뱉으며 조소했다.

"그렇게 돈으로 매수한 사람들도 결국, 괴도로즈가 언제 올 지 몰라서 저희들과 매일- 같이 경비를 세운다는 거군요."

악마 같이 사악하게 웃으며 그를 내려다보는 꼴은 지기만 했던 시합의 막판에 반전 승리를 한 스트라이커였다. 그는 억울해하며 이를 바득바득 갈았고, 왠지 모르게 악마의 모습을 보이는 반장에 반장의 아이들은 이것을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모르며 경비 일에 집중하기로 했다.

"와, 반장님한테 그런 모습이 있는지 처음 알았어!"

한 곳에 4층으로 나뉘어져있는 커다란 전시관이라 울려퍼지는 목소리에 전시관을 구경하던 손님들도, 경비를 서고 있던 반장들과 그들은 어디서 들리는 목소리인지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천장! 저깄다!"
"저기, 공룡 뼈 위에 있네!"

공룡의 뼈 형태를 그대로 지탱해주고 있는 줄을 잡고, 뼈 위에 서있는 괴도로즈를 다들 발견하기 시작하자 반장은 괴도로즈를 향해 삿대질을 하며 당장 그곳으로 가 체포하겠다고 난리를 쳤다. 악마같은 모습을 금방 없애버린 반장에 유라는 재미없다는듯 우- 소리를 내며 나한테 한번도 안 보인 모습을 몇 번 안 본 걔한텐 보이는거야? 실망이야! 소리쳤다. 누가 들으면 오해할 소리를 하는 유라에 반장은 식겁하며 뭔 소리를 하는거냐며 이번엔 널 잡고야 말거라고 전시장에 울려퍼지도록 큰소리로 외친 후 괴도로즈가 있을 꼭대기 4층으로 가기로 했다.

"모두 4층으로 간다!!"

반장의 지시에 따라 1층에 있던 반장의 아이들은 반장을 따라 4층으로 걸음을 디뎠다. 전시관을 누미던 관객들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괴도로즈를 향해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기 시작한 반면, 전시관을 연 주인 프레데릭은 여유만만한 얼굴로 괴도로즈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런 그에 유라는 흐응, 하는 소리를 내며 그에게 질문을 내던졌다.

"당신은 안 움직일건가 보지?"
"당연하지. 내가 안 움직여도 내가 돈으로 산 아이들이 알아서 널 잡아줄테니까."

그가 턱을 까닥, 움직이기만 했을뿐으로 1층에 있던 검은 양복에 검은 선글라스를 쓰고 있는 사람들이 무리로 층층마다 있는 물건을 이용해 벽을 타며 유라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유라는 그에게 대단하다는 듯이 휫파람을 불며 그들이 올라오는 것을 여유롭게 바라보았다. 점점 다가오는 그들의 모습에도 불구하고 당황하긴커녕, 여유만만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그녀에 그는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대체 저 여유는 뭐야!! 괴도로즈가 서있는 장소에 거의 비슷하게 도착한 경찰 무리와 검은 무리들에 그녀는 제 오른쪽 귀에 손을 대고 장난꾸러기처럼 미소 지으며 외쳤다.

"지금이야!"

그녀의 한 마디에 전시회의 모든 전등이 꺼지면서 어두워졌다. 갑자기 어두워진 상황에 모두 당황하며 혼란에 빠지기 시작했다. 그 자리에서 유일하게 반장만은 당황하지 말라며 누군가에게 손전등을 가져오라 지시했다. 그 지시가 이뤄지는 동안 벽에서 각각의 층을 타고 온 검은 무리들은 암흑에 익숙해지지 않아 함부로 움직였다가 발을 헛디뎌 한 층마다 매달리게 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원하는 상황에 다르자 그녀는 날렵한 몸날림으로 각각의 층마다 있는 기둥에 밧줄과 이어진 갈고리가 나오는 총을 쏘며 여유롭게 아래로 내려왔다. 그녀가 가져가려는 인어의 눈물은 1층에 있단 조사는 이미 끝마친 후였다. 1층으로 멋진 착지로 암흑에서도 앞이 잘 보이는 적외선 망원경-에 끈을 이어놓아서 머리에 끼워쓸 수 있다-을 장착한 그녀는 승리의 미소를 지으며 저가 훔칠 인어의 눈물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 순간―.

"!!"

제 옆을 스쳐지나간- 날카로운 바람소리에 나아가던 걸음도 멈추게 되며, 쓰고 있던 망원경을 고정시켜주던 끈도 풀어지고 말았다. 도망치는 상황에선 쓸 수 없겠다고 판단한 것인지, 그녀는 쓰고 있던 망원경을 벗고 저를 향해 칼을 던진 인물에게로 얼굴을 들었다. 위로 올라오지 않고 그의 곁에 머물러 있던 두 명의 인물이었다. 이제 어둠에 익숙해진 것인지, 아니면 원래부터 어둠에 잘 익숙했던 일을 해왔던 것인지.

"다음은 없을거다."
"마치 일부러 빗나가게 했다는듯이 말하네?"

언제 다시 불이 켜지질지 모르는 일. 암흑의 무대에서 한꺼번에 해치울 작정인지 새로 무기를 장착하는 소리를 직접적으로 내며 다가오는 그들에 그녀는 이제 어둠에 익숙해진 눈동자를 굴려 주변을 살펴보곤 좋은 대책이라도 떠오른듯 씨익,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전시회의 물건을 망가트릴 생각은 없는지 멀리서 지켜보기만할 뿐인 그들을 향해 달려가는 그녀였다. 돌진해오는 그녀의 행동을 예상하지 못 했는지 당황하던 그들은 그녀를 잡지 않고 뭐하냐는 고용주, 더글라스 에델린- 그의 호통에 겨우 정신을 차리고 날카로우며 거센 행동으로 그녀를 덮치려 했다. 하지만 그녀는 유연하게 덮쳐오는 그들을 피해 몸을 굴러 유리관으로 덮여있는 장식장에 도착했다. 재빠르게 유리관을 열어 보이자마자 번쩍, 전시관의 불이 켜졌다.

"괴도로즈!!"

어느새 1층에 도착한 반장은 무리를 이끌고 그녀를 잡을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그녀에게 시선을 둔 것도 잠시, 반장은 멀리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서 위험한 물건을 소지한 채 서있는 그들을 바라보곤 눈을 가늘게 떴다. 경찰을 안 믿더니 이상한 곳에 돈을 쓴 모양이군. 아직까진 해를 끼치지 않은 모양이니 못 본 척 넘어가기로 하며 그녀를 진압하는데 집중하기로 한 반장이었다.

"괴도로즈, 나갈 곳은 이제 없다! 포기하는게 좋을걸!"
"반장님, 그대로 오면 여기, 인어의 눈물이 산산조각 날 수도 있다구~?"

일부러 유리관을 열기까지 한 그녀는 그곳에 이미 인어의 눈물 있는 걸 알고 있던 모양이었다. 그것을 지키는 것이 제 1 의무였던 터라 쉽사리 다가가기란 쉽지 않았다. 괴도를 잡는 것도 목적이지만, 잡으려다 돈이 어마어마하게 깨질 진주를 조각나게 만든다면 아마 반장 자리에서 해고는 물론이고, 거리에 나앉게 생길것이 분명했다. 다가오지 못하는 반장의 모습을 보자 그녀는 능글스레 웃으며 흰 장갑을 낀 손으로 인어의 눈물이라는 이름을 지닌 진주를 손에 쥐었다. 승리감을 만끽하며 그녀는 그들을 향해 싱긋 웃어 보이곤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자리에서 사라져버렸다.

"괴도로즈...!"
"후, 처음부터 경찰따위 신용하지 않은게 다행이었어!"

경찰을 향해 비웃음을 치며 자리를 뜨려는 그에 저걸 그냥..! 부들부들 거리는 반장님을 붙잡느라 애쓰는 경찰 무리들이었다. 분명 그렇게 가져가려면 가져가보라며 아끼는 듯한 진주를 뺏긴 것에 생각보다 화를 내지 않는 그를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고서 말이다.



4.
"-정한아?"

아직 괴도명을 정하지 않아 조심스럽게 제자의 이름을 작게 부르며 건물 안을 누비던 유라는 난감한 듯 볼을 긁적이며 있으란 곳에 있지 않고 어디간거야?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아무리 그래도 아직 경찰들이 철수하지 않은 상태니 어이- 부르는 방식을 바꿔 정한을 찾아다니던 유라였다.

"스승님!"
"어디 갔었어!"

저를 간접적으로 돕는 역할과 저가 무사히 빠져 나올수 있도록 루트-그 중 하나는 전기실에 가서 정전을 만든 일이다-를 만들어주었던 정한이 보이자 유라는 안심함과 동시에 약속했던 장소가 아닌 곳에서 나타나자 바로 정한을 구박했다. 정한도 스승인 유라를 걱정시킨 것이 죄송했던 모양인지 조용히 들으며 반성하는듯 모양이었다. 그런 정한에 유라는 후, 숨을 들이 내쉬곤 품에서 작은 케이스를 꺼내 들어 보였다.

"스승님, 그건."
"응, 그 진주를 담은 상자야."

정한의 한 손에 쥐어지는 케이스 크기에 역시 여자와 남자의 손 크기 차가 있긴 하구나, 딴 생각을 했다가 문뜩 정신을 차리곤 상자를 정한에게 밀어주듯 건네주었다.

"이걸 가지고 먼저 가있어."

아직 할 일이 남아있어서 말이야.
슬 웃으며 정한이를 등지고 가려던 유라는 확, 잡아챈 정한의 손에 멈칫하더니 어떤 반응이 올지 뻔히 알면서도 정한에게 왜 붙잡은것이냐 물었다. 정한의 답은 간결했다. 남아있는 일이라는게 뭡니까, 스승님. 답지 않게 불안한 눈동자를 해오며 유라를 보는 정한이었다. 유라가 뭔가 답하기도 전에 정한은 도울 수 있다면 자신도 같이 가겠다고 덧붙여 말했다. 유라는 당연히 안 된다고 단호하게 얘기했지만, 정한은 강하게 반박했다. 어째서요? 유라는 사실대로 얘기할 수 없는 노릇이라 입을 꾹 다물다가 장난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모두가, 그가 혼 좀 나기를 원하고 있으니까. 자그마한 장난 정도는 해야하지 않겠어? 그거야말로 내가 가장 해주고 싶은 일이니까, 제자로서의 일은 여기까지야. -아참, 혹시나 싶어 말하겠는데


이건 경고가 아니라 부탁이야."

스승으로서의 부탁, 들어줄거지? 장난스레 말하던 유라가 평소에는 잘 보여주지 않던 진지함에 왠지 보는 사람 마저 슬퍼 보이는 미소를 짓자 정한은 뒷걸음질 칠수밖에 없었다. 이해해주는 정한에 유라는 고맙다는 듯 웃으며 정한의 머리를 두어번 쓰다듬어주고는 자리를 떴다.



5.
전시관 건물 안과 밖은 아직 괴도로즈를 찾지 못해 안달난 경찰들로 가득하다. 그 광경을 전시관 건물의 옥상에서 구경하고 있던 당사자, 그녀는 덤덤히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아니, 구경이라기 보다 누군가를 찾는듯 눈동자를 굴리기 바빠보였다.

"나를 찾으시는건가?"

저를 위협하고, 주변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듯 돈으로 산 업자들을 들인 그가 옥상으로 발을 들였다. 무슨 배짱인지 혼자서 옥상에 온 그가 이상하게 여겨졌지만, 일단 이곳에 온 목적부터 달성하고 생각하기로 했다.

"진짜 인어의 눈물을 찾으러 왔습니다."
"그건 이미 훔쳐간 거 아니었나?"

그는 영문 모르겠는 얼굴을 하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에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아니라 답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저를 위협하는 행동을 해왔지만 마무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그의 행동을 그녀는 알아본 것이다. 연기를 뿌린 후 그녀는 경찰 무리 속으로 들어가 경찰로 변장했는데, 그 찰나에 반장처럼 분해하지 않고 경찰을 비웃는 여유를 보이는 그가 수상해 그의 곁에 있던 무리들이라면 이유를 알겠지, 무리들에 섞여 자연스럽게 대화에 낌으로 알아냈다.

「그 진주는 어떻게 된 거래요?」
「아직 전달 못 받았어?」
「아하하, 괴도를 몰아 붙일 생각에 그만.」
「진짜 진주는 사장이 갖고 있으니까, 우린 돈 받은 만큼 사장을 지키면 되는거야.」
「아아, 그랬구나?」

목적을 알아냄과 동시에 그녀는 그들에게 고마움을 표하며 안 그래도 적이 많은데 미리 재워두는게 좋겠다 싶어 기절시키고 온 게 지금의 상황으로 이어진 것이다.

"훔쳐갔죠. -가짜를."

장난스러운 분위기를 내보이던 그녀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갑자기 싸하게 달라진 그녀의 분위기에 흠칫하던 그는 으쓱이며 가슴팍에서 검은 물체를 쓰윽, 꺼내보였다. 뭔지 몰라도 일단 경계해야했던 그녀는 조용히 그를 지켜보았다.

철컥-

장전되는 쇠소리와 동시에 그는 그녀를 향해 총을 발사했다. 소음총이 아니었기 때문에 총 발사 소리가 울려퍼졌고, 그 소리가 위에서 들리자 아래에서 괴도로즈를 잡으려던 경찰 모두가 위를 향해 고개를 들었다. 아래에서의 각도로는 괴도로즈만 보일 뿐, 정작 총을 쏜 그는 보이지 않아 대부분의 경찰은 혹시 괴도로즈가 총을 쏜 것인가, 하는 의심에 서둘러 옥상으로 가는 길로 걸음을 옮겼다.

"일부러 빗맞춘건가?"

밑에 벌어진 상황을 힐끗, 눈길 준 것으로 살핀 그녀는 그가 경찰을 옥상으로 오게 하기 위해 일부러 총알을 빗맞췄다는 걸 알아맞췄다. 그걸 알아채봤자 이미 뒤늦었다는 듯이 그는 씩, 웃으며 총을 치켜세우곤 다른 손으로 진짜 진주가 있는 상자를 들어보였다.

"원하는 건 내 손 안에 있지만, 이걸 잡으려 움직이는 순간 너는 빵! 이란 말이지~. 이렇게!"

그 말이 끝나자마자 그는 방아쇠를 당기더니 그녀를 향해 총을 마구잡이로 쏘기 시작했다. 넓은 공간의 옥상이라 총을 피하긴 쉬웠지만, 마구잡이로 쏘는 식이라 몸을 크게 움직임으로 체력이 많이 깎여 이를 악물며 피할 수밖에 없던 그녀는 마구잡이로 쏘는 것으로 인해 총알이 곧바로 달아 새로 끼우려는 그의 모습을 좋은 타이밍이라 생각하며 그를 향해 달려갔다.

"바보같긴!"

마구잡이로 쏜 총을 버리고 다른 손에서 다른 총을 꺼내보이는 그에 그녀는 휘둥그레졌다. 그녀만의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지금까지 바보같이 보였던 그의 모습을 얕본게 틈을 보이게 된 것일까, 처음으로 위험에 빠질 유라였다.

탕!

총소리 한 번이 울림과 동시에 유라는 제 몸이 붕- 뜨는 느낌을 받았다. 괴도로서 이제 끝을 맞이하는 느낌이 이런건가. 눈을 감고 있던 유라는 제 몸이 흔들리며 저를 부르는듯한 목소리가 귀에 울리자 뭐야뭐야, 화들짝 놀라며 눈을 떴다.

"저, 정-!"
"스승님."

유라는 저도 모르게 놀라서 정한의 이름을 부를 뻔했다가 가라앉은 저음의 목소리로 호칭을 내부른 정한에 흠칫했다. 정한은 무뚝뚝한 편이긴 하지만, 항상 스승인 저를 존경하는 제자였기 때문에 말수가 적어도 그 말 속엔 다정함과 상냥함이 묻어있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런 정한이 안 그래도 무뚝뚝한 편인데 가라앉은 목소리로 부른다는 것은 화났다는 걸 나타내는 거였다.

"저어, 제자님?"

안 그래도 정한은 제자로서 참여하긴 했으나 괴도가 아닌 어시스트로 온 곳인지라 얼굴을 가릴 수 있게 검은 후드티에 걸쳐져있는 모자를 푹 눌러쓰고 있어 표정이 보이지 않는데다가, 만약을 대비하여 검은색의 마스크도 쓰고 있어 정한의 마음을 제대로 읽을수 없던 유라는 제자의 호칭을 높이면서 조심스럽게 부를 수밖에 없었다.

"이 자식들이 사람을 무시하고!!"

버렸던 총도 그 사이에 장전한 모양인지 두 손에 총을 들고 두 사람을 향해 총을 쏴대는 그에 그녀는 화들짝 놀라 무장도 안 한 정한이 다칠까, 저를 감싸 안듯이 있던 정한을 밀쳐냈다. 순간적으로 거리가 멀어진 두 사람에 그는 총을 어디에 겨눠야 할지 몰라 그녀와 정한 사이로 왔다갔다하다가 일단 정체를 모르지만, 그녀처럼 잔재주는 없어보이는 정한을 향해 총을 겨눴다. 유라에게 밀쳐진 정한은 자연스럽게 유라를 향해 시선이 가있었기 때문에 제게 총이 겨눠졌는지 눈치채지 못했다. 

"!!"

정한을 향해 겨눠진 총구에서 총알이 튀어나왔고, 뒤늦게 유라가 속에서 카드가 나오는 총을 꺼내 그가 손에 쥔 두 개의 총을 손에서 떨어트리게 했지만, 이미 늦은 행동이었다. 그가 쏜 총알은 정한의 왼팔을 쓰치긴 했지만, 깊게 쓰쳐간 총알에 정한은 피를 볼 수밖에 없었다. 생각도 못한 아픔에 정한은 윽, 소리를 내며 스친 상처 위로 오른손을 올려 쥐어잡았다.

'정한이 다치지 않았음 해서 이곳에 오지 않기를 바랬는데, 그래서그림자처럼 안 보이게, 뒤에서 도와주는 역할을 쥐어주는 것으로 보내려 했던 것인데..'

상처입은 정한의 모습을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바하보던 유라는 뭔가 결심한 듯 정한에게 피를 보인 그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섰다. 두 손에서 총을 놓쳐버린 것에 당황하고 있었던지라 어찌할지 모르던 그는 총 한 개라도 잡자 싶어 가까이 있던 총을 잡기 위해 달려가선 몸을 굽혔다.

철컥-

"넌 내 소중한 제자를 다치게 했어."

하지만 이미 그에게 성큼성큼 다가섰던 유라는 그보다 먼저 총을 쥐어잡아 제 밑에 쭈그려 앉아있는 그를 향해 총구를 겨눴다. 지금의 유라는 방송에서도, 괴도로서도 보이지 않았던 차가운 분위기를 내뿜으며 그를 내려다봤다. 유라의 눈빛만 봐도 그를 향한 살기가 서려있어 그는 겁을 먹은 나머지 히익, 소리를 내며 주저앉아버렸다.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내려다보던 유라는 방아쇠를 당겼고, 그는 겁에 질려 질끈 눈을 감았다. 그 모습을 뒤늦게 보고 정한이 스승님! 하며 외치는 순간, 유라는 팔을 들어올려 넓은 하늘 위에 떠있는 보름달을 향해 쐈다. 메아리처럼 쏘아진 총소리가 조용히 울려퍼지고 나서야 유라는 다 쓴 총을 저 멀리 던져버리곤 나지막하게 한마디를 내뱉었다.

"이건 부탁이 아니라 경고야."

다시는 우리 시민과 내 제자에게 상처낼 생각하지 마.
유라는 그 말을 마치고 나서야 정한에게 달려가 경찰이 올라오기 전에 일단 자리 먼저 뜨자며 정한을 일으켰다. 한 번도 본 적이 없던 유라의 무서운 모습에 멍하니 있던 정한은 번뜩, 정신을 차리곤 상처난 곳을 손으로 덮은 채 바닥에 흘린 피는 없는지 확인하고 나서야 유라와 함께 자리를 떴다.



6.
유라와 정한이 자리를 뜨자마자 옥상 문이 덜컥, 열렸고 경찰 무리가 우루루 몰려들어왔다.

"뭐야, 이게…."

경찰이 들어선 옥상의 상황은 엉망진창이었다. 여기저기 총이 쏴진 흔적들이 보였으며, 바닥에는 총 두 자루가 흘려있고, 그 중심에 이 건물에서 박람회를 주최한 더글라스 에델린, 그가 겁에 질린 얼굴로 주저앉은채 돌처럼 굳어있는 모습이 보였다. 경찰 무리 사이에는 괴도로즈를 끈질기게 쫓아다닌 반장도 있었기 때문에 사람이 다칠 수 있는 총은 그녀가 썼을리 만무하다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그가 총을 불법으로 소지한 것이라 여기며 주위를 돌아다니던 반장은 바닥에 떨어져있는 작은 케이스에 뭐지? 하고 들어 열어보였다. 케이스 안을 본 반장은 얼굴이 어두워지더니 케이스를 바닥을 향해 던져버리곤 고개를 확, 들어보였다.

"괴도로즈으으!!!!!!!!!!!"

반장이 분노하며 던진 케이스 사이로 흘러나온 종이 한 장. 종이 위에는 글귀 하나가 써져있었다.

『  가짜는 두고 갑니다
괴도로즈🌹 

그렇게 난리통이었던 와중에 진짜 진주, 인어의 눈물을 알아서 가져간 유라였다. 그런 그녀에 반장은 발을 동동거리며 분노해댔지만, 사건 하나를 해결해준 것을 생각하며 화를 누르곤 서둘러 상황을 정리하자며 그들을 향해 소리쳤다.
이 사건으로 인해 괴도로즈의 성과가 커짐과 동시에 인기도 많아지게 된 것은 후의 일이다.




소금님..........

진짜 오래전에 쓴 거 뒤늦게 이어쓰고 마무리 한거라 대충 퇴고해서 이상할지 모르지만,,,,,,,,,,,,,, 예쁘게 봐주시구....................

정한이... 괴도명이랑 괴도 모습 알고 싶습니다.......... 정한이가 괴도 제자로서 활약하는 장면 상상하고 싶습니다........................(새벽이라 생각나는대로 쓰부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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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있는 것이라곤 산짐승들뿐인 어두컴컴한 밤에 어둠과 정반대의 새하얀 망토를 휘날리는 물체가 커다란 나무의 나뭇가지에 발을 디디고 서 있다. 물체의 정체는 괴도로즈. 그의 성별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나이 또한 불명이다. 신원불명인 그가 괴도로 활동하고 지내며 특정한 보석만 훔치다 어느 언덕의 숲에 지어져 있는 으리으리한 저택을 내려다보고 있는가, 그 이유는 미리 보석을 훔칠 장소를 알아보기 위해서이다. 저택의 경비는 삼엄한 데다가 저택에 사는 모든 지인을 알아보는 집사가 있어 변장으로 들어가기란 쉽지 않았다. 세탁소 직원이나 배달원으로 들어가 볼까 했지만, 모르는 사람 혹은 낯선 사람이라는 이유로 저택의 구조를 확인하기가 어려워지고 말았다. 알게 된 것이라곤 겉의 주택 구조와 그들의 생활 패턴뿐. 결국 그는 그들이 자는 시각, 그나마 경계가 늦춰지는 늦은 밤에 저택을 찾아온 것이다.

"일단 찾아올 때마다 사람이 없어 보이는 방이 있었지?"

그는 제 품 안에서 총 같은 것을 꺼내더니 아무도 없는 방의 창문 길러져 있는 나무의 나뭇가지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방아쇠를 당기자 총구에서 나온 것은 갈고리-인형 크레인-였다. 갈고리는 굵은 나뭇가지에 뿌리내리듯 꽂혀내려 졌고, 단단히 박혀있는지 두 번 당겨보는 것으로 안전 확인을 한 그는 다시 한번 방아쇠를 당겼다. 길게 늘어났던 줄은 한 번에 줄어들었고, 그 속도가 꽤 빠를 터인데 그는 여유로운 모습으로 공중을 날아다니다 도착 지점에 다다르자 백 텀블링을 마무리 지으며 굵은 나뭇가지 위에 안착했다. 사용했던 총을 원상태로 복귀한 뒤, 다시 품 안에 넣어두었다.

"자, 이제 제대로 된 탐방을 시작해볼까?"

그는 나뭇잎들에 몸을 숨기고, 창가로 다가가면서 손에 잡히는 작은 손전등의 빛에 의지해 문을 잠가놓은 고리가 있는 위치를 파악하기 나섰다. 언뜻 봐선 어디에 구멍을 뚫어서 열어야 할지 모르겠어, 창문의 고리 모양새를 보기 위해 창문에 얼굴을 바싹 붙었던 그는 고정되어있어야 할 창문이 그대로 밀려나자 제 의지가 아닌 앞구르기를 하면서 방 침대에 머리를 박아버렸다.

"으으, 내 실수다. 다른 때도 경계가 삼엄하니까 모든 창문이 잠가져 있을 거라고 생각해버렸어. 하지만…."

고리는 언뜻 봤을 땐 잠가져 있는 거처럼 보였는데? 그는 의아함을 느끼며 구른 덕분에 묻은 먼지들을 털어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사부작, 들려선 안 되는 소리에 그는 흠칫하며 소리가 난 쪽으로 몸을 틀었다. 사람이 없을 텐데 대체 누가….

냐~

"어?"

소리를 낸 것은 어디로 들어온 것인지 모를 고양이었다. 창문 사이로 새어 나오는 달빛을 받아 어느 색의 고양이인지 잘 볼 수 있었다. 어느 종류인지까지는 그 또한 모르겠으나, 밤하늘과도 같은 윤기를 가진 털에 달빛을 받아서인지 더욱 반짝이는 금빛의 눈동자가 날카롭게 빛났다. 도도한 고귀함을 뽐내는 고양이에 그는 슬 입꼬리를 올리더니 한쪽 무릎을 꿇는 자세로 앉아서 이리오라는 듯이 한 손을 내밀었다. 고양이는 그를 살피는 듯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바라보더니 도도한 걸음을 내디디며 그의 앞까지 찾아왔다.

"착한 고양이구나?"
"-대단한 사람이네요."
"!!"

그가 미소를 머금으며 고양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순간, 아무도 없는 줄 알았던 방에 어느 남자의 목소리가 들리자 그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미소를 지우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고양이는 쓰다듬던 손길이 멈추자 그를 한번 올려다보고는 어느 어둠 속으로 달려갔다. 고양이가 들어간 어둠 속에서 하나의 검은 인영이 앞으로 나오는 것이 보이자 그는 긴장을 늦추지 않으면서도 표정에 제가 긴장하고 있다는 것을 보이지 않으려 애썼다.

"제 고양이는 아무한테나 다가가지 않거든요. 특히, 당신 같은 도둑에게."

도둑이라는 단어를 말한 것만이 아니라, 이를 강조한 것에 그는 감정이 팍 상했는지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이내 두 눈을 꾹 감고 감정을 다스리는 듯하더니 픽, 웃으며 남자를 당당히 바라보았다.

"미안하지만, 난 그냥 좀도둑과는 달라."

그의 목소리가 끝남과 동시에 창문이 쾅 하고 닫히며 철컥, 하는 소리가 연속으로 남으로 방 안의 모든 문-이라고 해봤자 창문 하나와 방문 하나지만-이 잠기어버린 것이다. 그는 두 손을 만세 하듯 올려 보이며 어떠냐는 듯이 남자를 바라보았다.

"난 괴도거든~."

남자는 그의 등장과 솜씨에 놀란 건지 아무 말 없이 자리에 서 있기만 하다가 손뼉을 쳤다. 예상외의 반응이라 그는 두 눈을 끔뻑이다가 생각해보면 당연한 반응이기도 해서 어깨를 으쓱였다. 사실은 방의 불까지 거리가 있어도 킬 수 있었지만, 자고 있을 시간에 불이 켜져 있는 방이 있다면 이상하게 생각한 사람이 들어올 것이 분명해 그런 거라면 사람들 따돌리는데 귀찮아질 뿐만 아니라 조용히 주택의 구조를 파악하고 가려는 목적을 이룰 수 없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걸 하지 않았을 뿐이다.

"요즘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그 괴도로즈, 맞죠?"
"와~ 알아줘서 영광인걸?"

아직 검은 그림자에 가려져 남자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명백히 그와 기 싸움을 하는 것은 분명했다. 여러 경찰을 상대로 보물을 훔쳐간 경험과 그의 감이 그렇게 알려주고 있었으니까. 사람이 없을 줄 알았던 방에 사람이 있을 거라곤 생각도 못 했으니 예상 미스다. 이다음은 어떡하면 좋을까. 여차하면 수면 가스를 뿌려버리는 방법도 있지만, 아직 얼굴의 위치가 정확히 보이는 것도 아니라 손수건으로 제 입을 막고 가까이 다가갈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다고 방독 마스크를 끼지 않은 채 방 안 가득히 수면 가스 수류탄을 함부로 내놓을 수도 없었다. 잠시 고민하는 사이, 남자는 한 걸음 앞으로 나왔다. 덕분에 창문 사이로 비추는 달빛으로 남자의 얼굴이 보였고, 남자는 어떻게 봐도 어림잡아 10대 후반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잘 정돈된 남색의 흑발 하며, 이 어둠에 눈부시게 빛나는 금색의 눈동자는 감정을 쉽게 비추지 않았다.

'오히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려주지 않는다는 설명이 더 알아듣기 쉬우려나?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부서지기 쉬울지도 모르지.'

그는 남자의 모습을 살펴보면서 그 잠깐 사이에 알아내지 못했을 남자의 왼쪽 눈 밑에 있는 눈물점을 발견했다. 눈 밑에 눈물점이 있으면 눈물이 많다고들 하니까. 그걸 믿는 쪽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관찰에 도움이 되니 알아두고 있는 그의 지식이었다.

"도련님이신가 보네?"

남자의 관찰을 그만두고, 남자의 정체를 알아보기 위해 일단 말을 던져보았다. 이런 큰 저택에 10대로 보이는 남자가 그냥 들어 올 리는 없으니까. 이 저택의 아들이라면 가능하겠지만, 이 저택의 주인에게 아들이 있다는 건 듣지 못했다. 아무래도 오늘 갑자기 온 손님 중 하나라는 얘기밖엔 설명이 되지 않을 거 같았다. 도련님이냐는 그의 발언에 남자는 슬 웃더니 원래 이 시간대라면 입어야 할 잠옷이 아닌, 마치 누가 올 것이라고 예상한 듯 단정하게 차려입은 복장으로 떳떳하게 서보였다.

"제 이름은 안정한. 잘 새겨두시면 좋겠네요."

제가 이 자리에 있는 이상, 당신과는 여러 번 마주칠 기분이니까요. 남자, 정한의 진지하고 도전하는 발언에 그는 재밌다는 듯이 웃었다. 좋아, 네 도전 받아들일게. ―하지만 오늘은 아니야. 그는 한순간에 눈빛이 날카롭게 변하더니 장난스러운 미소를 씨익, 지으며 방 안에 펑, 하고 큰 소리가 나게 연막탄을 터트려 정한의 시야를 가려냈다. 정한은 앞이 안 보이긴 했지만, 이 소리에 이 방으로 달려오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고 이 집의 구조를 알지 않는 이상 일부러 사람 막힐 곳으로 달려갈 리가 없었다. 짧은 시간에 결론을 내린 정한은 그가 잠갔던 창문을 향해 달려갔다.

"잡았다..!"
"힉!?"

이제 막 창문에서 나가려는 그의 발목을 잡은 정한은 꽤 놀란 듯 당황한 얼굴로 저를 바라보는 그보다 생각보다 가는 발목에 흠칫했다. 그는 당황하는 것도 잠시, 정한이 무언가 생각에 잠긴 틈을 타 정한의 가슴팍을 향해 발을 있는 힘껏 차는 것으로 발돋움을 해 창문에서 멀리 떨어지게 되었다. 그는 공중으로 뜀과 동시에 정한을 향해 몸을 틀어 싱긋 웃어 보였다.

"고마워, 덕분에 잘 도망치게 됐는데? 아쉽지만.. 여기는 포기할게. 볼 수 있다면 다음에 또 보자고, 어린 도련님?"

듣는 사람은 얄미울 목소리지만, 그것을 지켜보는 사람이 있다면 멋진 미소와 함께 말하는 그에 반할지도 모른다. 그의 발길질에 밀어져 넘어진 정한은 아무 말도 못하고 입을 꾹 다문 채, 주먹을 꽉 쥐고서 그가 유유히 도망가는 것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




-

이거 마지막으로 다 쓴게 두달 전이라..... 읽게 되면 또 오래 걸릴까봐,,, 고칠게 많아질까봐,,,,, 일단 맞춤법 검사만 하고 올립니다..!

사실 정한이 도련님 보고 싶어서 쓴것이기 때문

Posted by 쿠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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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해줄까요?"


뜬금없이 묻던 정한, 그의 말에 유라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무표정한 그의 얼굴로는 왜 그런 말을 하는 것인지 짐작할 수가 없었다. 그런 유라의 마음이라도 알아챈 것인지 그는 어제 스승님이 부럽게 보셨던 거 같아서요, 라는 대답으로 유라의 궁금증을 풀어내 주려 했다. 여전히 유라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다가 뒤늦게 그가 왜 그런 말을 한 것인지 알아채고 당황해했다. 어제 유라는 늦은 저녁, 가볍게 산책을 하며 집으로 돌아가던 중에 천천히 서로에게 다가가더니, 점점 스킨십이 깊어지면서 거리가 가까워진 두 사람이 깊은 입맞춤을 한 장면을 목격한 것이 원인이었다. 어둑어둑한 시간이니 조용한 이 분위기에선 일어날 법한 일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짜증 난다는 듯 눈살을 찌푸리고 갔던 유라였지만, 소중하게 해줄 사람이 있다는 것에 부럽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혹시 그걸 입 밖으로 내뱉었나 혼란스러워하기 시작했다. 동공 지진을 하며 안절부절못하는 유라에 그는 스승님? 하고 유라를 부르며 한 발짝 다가갔다. 그의 행동에 유라는 움찔하더니 도둑이 제 발 저린 거처럼 횡설수설 거리기 시작했다.


"내가 네 스승이고! 어른이긴 하지만! 그런 경험이 없어서… 아, 아니! 모태솔로였다는건 아니고!"


횡설수설하다 보니 안 해도 될 말을 해버리고 말았다. 모태솔로가 아니란 것은 거짓말이었지만, 자신의 제자이면서 아직 고등학생인 아이에게 그런 진실을 말하기에는 부끄러웠던 유라였다. 여기선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게 좋겠어. 그렇게 결론을 내린 유라는 당당한 자세로 그에게 외쳤다.


"이 스승이 못 해줄 건 없지! 어디 해봐라!"


제자로서 걱정되는 마음이나 그냥 해본 말이겠지, 설마 하겠어? 라는 마음으로 유라는 당당하게 허리에 두 손을 짚고 정한의 반응을 기다렸다. 정한은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더니 슬 웃으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어? 그녀가 제 상황을 알아채기도 전에 정한은 산들바람처럼 그녀에게 다가가 어느 순간 그녀의 시선에 맞춰 허리를 숙이곤, 그대로 그녀의 볼에 제 손을 살며시 올려놓음과 동시에 그녀의 입에 제 입을 맞췄다.


에. 에... 에에~?!!?!?!?!!


순간적으로 고요해진 공간 속에 작지만 쪽, 하는 민망한 소리와 함께 말캉한 감촉이 입술에 닿음을 느끼자 유라는 점점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끼며 이 상황을 벗어나고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래 봤자 상황은 바뀌지 않은 채 그대로. 29살인 나이까지 오면서 동정이었던 그녀는 제자이긴 하지만, 어찌 됐던 이 상황으로 인해 정한도 남자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것도 잠시, 그가 제게 입맞춤을 해오자 유라는 순간적으로 긴장에 몸이 쭈뼛 서게 되었고, 자기도 모르게 몸이 조금 떨려오는 것을 느끼며 두뇌의 모든 기능이 정지된 기분에 혼란스러워하기 시작했다. 그야 이런 입맞춤은 화해의 뽀뽀로 어렸을 적에만 해보고 그 이후로는 해본 적이 없었으니 당연했다.


'이, 이다음은 어떻게 해?! 나, 나, 어쩌면 좋지...?'


허리에 두던 팔도 언제부터인가 툭, 하고 힘이 빠져 허공에 있을 뿐이었고, 유라는 점점 산소가 없어지는 느낌에 두뇌 회전이 잘 안 되어 머릿속이 새하얘지는 것만 같았다. 당연히 그럴 만도 했다. 유라는 너무 긴장한 나머지 코로 숨 쉬어도 될 것을 생각하지 못하고 입이 막혀버린 것에 숨을 쉬지도 못하고 호흡에 가빠졌으니 말이다.


"…스승님."
"으에?"


몽롱해진 의식 속에 스승님이라 부르는 정한의 목소리를 듣곤 유라는 두 눈을 깜빡이며 제 앞에 서 있는 정한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제 몸은 갑작스럽게 받은 입맞춤의 영향으로 힘이 빠져 제대로 서 있지 못 해 정한이 한 손으로 받혀주고 있었으며 가까운 거리지만 언제부터인지 저를 내려다보고 있는 정한의 모습이 유라의 눈에 비췄다. 방금까지 입 맞추고 있었는데… 언제 뗐지? 두 눈을 깜빡이며 천천히 정신을 찾아가던 유라는 다음에 한 정한의 말을 듣고 번뜩, 정신을 차릴 수밖에 없었다.


"혹시 동정인가요?"
"안정한!!!!!"


정한을 제자로 받아들인 이후로 이름으로만 부르던 유라가 성까지 붙이며 정한에게 화를 냈다. 갑자기 화를 낼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지 움찔하며 한걸음 유라에게서 떨어진 정한이었다. 유라는 씩씩거리며 정한을 바라보다가 삿대질을 하며 외쳤다.


"오늘부로 한 달간, 내 괴도 일에 참여, 관람, 어떤 것도 금지야!!! 이건 스승으로서 명령이야!"


명령이라는 단어를 강조하며 굳게 다짐한 듯 외친 유라다. 그러면서 울먹이긴 했지만, 모른 척하기로 하자. 제자에게 동정이라고 사실을 듣게 되니 29살 나이에 감정이 울컥, 차올랐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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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션온_캐가_키스해줄까_하고_묻는다면_자캐는 [해시태그]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Zko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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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racter

@Commu_Silver 

 

[자캐 이미지]


" 괴도는 언제나 기적을 일으키지! "


 이름

 한유라

 성별

 여자

 나이

 29

 종족

 인간

 키/몸무게

 152 / 43

 생일

 ?

 직업

 괴도

 출생지

 ?

 거주지

 인적 드문 주택

 버릇

 괴도로 뛰어다닌 나날들로 언제나 연기에 몰입하려 한다.

 지병

 X

 외관

 만두머리의 핑크빛 머리에 웨이브가 쳐져있다. 긴 머리에 아담한 키 덕분인지 엉덩이에 닿는 길이다. 그녀의 옆머리는 그렇게 긴 정도는 아니지만 귀를 가릴 정도의 길이이며 피부색은 보통인편이다. 그녀의 눈동자는 에메랄드 바다를 담은 듯이 반짝거린다.

 평소 복장

 내츄럴 스타일. 꽉 끼지 않고 펑퍼짐한 옷에 핫팬츠를 입는다. 짧은 티셔츠에 손등을 덮을 정도의 가디건을 걸치기도 한다.

 성격

 괴도일 때는 언제나 진지함. 관객들에게 보여지는 모습을 좋아하면서 자신을 쫓는 이들에게는 장난기가 많으며 놀리기를 좋아한다. 평소에도 잘 웃으며 괴도가 아닐 때는 진지한 모드가 사라지고 어린애처럼 군다.

 능력

 경찰에게 잡히지 않고 언제나 보물을 훔쳐내는데 성공하는 것이 능력이라면 능력.

 목소리, 말투

 장난기가 가득함. 신사적이고 예의있게.

 인물 관계

 안정한 - 제자

 잘하는 것

 못하는 것

 괴도. 연기.

 집안일. 요리.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관객들의 관심. 마술.

 귀신&유령.

 이상형

 연애 성향

 생각해보지 않았음.

 생각없음.

 기타 특이사항

 유라를 떠올리게 되는 분홍색을 지닌 것들은 다 좋아함.

 주변사람이 보는 이 캐릭터는

 멋진 괴도 신사. 망할 괴도놈. 괴도로서는 뛰어난 스승님.

 행적

 과거

 철이 들었을 무렵, 부모에게 괴도 수업을 받음.

 현재

 부모의 괴도 직업을 물려받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음.

 미래

 글쎄. 미래는 현재에 따라 바뀌지 않을까?

 게이지 

 인간성

 능력치

 행동력 

 융퉁성 

 정신력 

 인내력 

 집중력 

 사교성 

 도덕성 

 판단력 

 진실성 

 명예욕 

 자비력 ▶유라 생각

 정의력 

 리더쉽 

 어휘력 

 친화력 ▶세계 최고

 시력   

 청력   

 후각   

 완력   

 체력   

 근력   

 근성   

 민첩   

 지능   

 회복력 

 담력   

 정보력 

 전투력 

 기술   

 순발력 

 유연성 

 7대 죄악

 특성

 교만 ○○

 성욕 

 시기 

 탐욕 

 분노 

 나태 

 식욕 

 용기   

 복종   ▷있을리가 없음

 협동력 

 정직   

 로맨틱 

 잔인함 

 오지랖 

 개념   

 기타능력

 외모

 지능 

 지식 

 미술 

 요리 ▷ 최악

 춤   

 노래 

 악기 

 운동 

 재력 

 운   

 주량 

 섹시   

 시크   

 청순   

 귀여움 

 남성미 ▷신사 뿜뿜

 여성미 

 순수   

 신비   

 매력   

 잘생김 

 근육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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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서라, 괴도 로즈!!”

“서라면 서겠어?”


어두워진 시각의 고층 빌딩 안, 넓지 않은 복도를 가볍게 뛰어다니며 저 멀리서 뒤쫓아오는 경찰들을 보던, 괴도 로즈라는 명칭을 달고 있는 자는 그들에게 비웃음을 날리곤 새하얗게 보이지만, 연분홍색의 정장을 입고 단정하게 새빨간 장미를 연상시키는 넥타이까지 맨 채, 망토를 펄럭이며 옆으로 가는 길로 꺾어 들어갔다.


“하, 괴도 로즈! 그쪽은 막다른 길! …인데?”


앞을 이끌고 있던 반장이 아주 당당한 얼굴로 쩔쩔매고 있을 괴도 로즈를 향해 손가락질했지만, 그곳은 막다른 길만 있을 뿐, 아무도 없었다. 복도와 이어져 있던 새하얀 벽과 갈색의 복도엔 휑한 바람만이 불고 있을 뿐, 반장을 따르고 달려왔던 경찰들은 머리를 쥐어 잡으며 또 놓쳤다고 한탄했다. 그렇게 다들 안타까워하는데 오직 반장만이 매서운 눈으로 주위를 꼼꼼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반장님.. 뭐하고 계시는 거예요?”


시무룩해 하고 있던 신입 한 명이 매서운 눈으로 막다른 길을 살펴보는 반장을 의아하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반장은 바지 주머니에 두 손을 넣고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천장에서 시선을 멈췄다.


“천장이 뭔가 이상한데.. 이봐, 사다리 좀 가져와 봐!”


반장의 지시에 축 처져 있던 사람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네! 힘차게 외치곤 서둘러 사다리를 가져왔다. 반장은 사다리를 시선을 뒀던 천장의 밑에 두라고 한 후, 누가 올라가 한 번 두 손으로 판을 드는 듯이 밀어보라고 했다. 반장의 지시에 사다리에 가까이 있던 사람이 재빨리 올라가 조심스레 천장을 두 손으로 미는데 순간, 네모난 모양의 선이 보이면서 천장으로 가는 길이 뚫리게 되었다. 반장은 됐다, 는 생각을 하며 씩 웃고는 그들을 향해 소리쳤다.


“괴도 로즈는 분명 저 천장을 통해 들어갔을 거다! 천장을 통해 나가는 곳으로 출동한다!”

“네!!”


반장의 지시대로 우두두하고 경찰 사람들은 반장을 따라나섰다. 바람 한 점도 불지 않던, 조용했던 공간 속에 막다른 벽에 뭔가 걸쳐진 듯 펄럭이더니 팍, 하는 소리와 함께 연분홍빛, 벚꽃과도 같은 색의 망토가 나오면서 망토 뒤로 경찰들이 그토록 잡으려 했던 괴도 로즈가 나타났다. 괴도 로즈. 몇 년 전부터 분홍색의 보물들만 훔쳐가는 괴도. 훔치기 전에는 언제나 예고장을 날리며 경찰들을 따돌리고 보물을 쟁취한다고 한다. 잘 잡히지 않아 애를 먹어 경찰들에게는 싫음을 받지만, 그것을 지켜보는 관객들에게는 꽤 인기가 많아 남녀노소 상관없이 사랑받는다고 한다. 나이는 불명에 성별은 여자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렇긴 하지만, 가까이 다가와 신사적으로 여자든 남자든 마음을 다 훔쳐버리는 것에 다들 괴도 로즈의 성(性)이 무엇일까, 혼란스러워한다. 괴도 로즈에게 또 다른 비밀이 있다면, 아무도 괴도 로즈의 실제 이름을 모른다는 것이다. 그저 분홍색의 보물만 훔쳐가 버리는 그녀에 프랑스어의 rose, 분홍이라는 뜻이 있는 단어의 별명을 붙여주었다. 누가 그 별명을 붙였는지 경찰이 그녀를 쫓다가 그렇게 불렀을까, 그 괴도를 지켜보던 일반인 중 누군가가 불렀을까, 그것은 아직도 모르는 채이다.


“반장님도 참, 너무 머리를 굴리신다니까?”


괴도 로즈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뚜벅뚜벅, 낮은 굽의 새하얀 구두를 신고서 복도를 걸어나간다. 복도에 나온 바로 앞에 있는 건물 밖의 유리창에 선 괴도 로즈는 왼쪽 눈만 가려낸 새하얀 나비를 형성하는 가면 사이로 비치는 에메랄드빛의 눈동자를 굴려 고층의 건물의 밑을 내려다보았다.


“이 정도면 내려갈 맛이 나겠네.”


괴도 로즈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제 앞에 있는 유리에 손바닥을 살짝 대고는 앞으로 밀었다. 살짝 민 거뿐인데도 단단했던 유리가 원 모양으로 갈라지더니 그대로 밖으로 기울어지면서 떨어지는 것이다. 괴도 로즈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바로 유리 위에 올라타 센 바람을 맞으며 내려갔다. 아마 이곳에 미리 와 탈출할 준비라도 해둔 모양이었다. 센 바람에 가면이 벗겨질까, 이마가 보이는 것이 싫은 것일까, 앞머리를 왼손으로 누르고, 오른손으로는 유리 바닥을 짚어 적당한 거리가 될 때까지를 기다리던 괴도 로즈는 땅에 닿기 500m 지점에서 길게 뻗어있던 나무의 수풀로 몸을 던져 뛰어들었다. 지금쯤이면 경찰들 대부분은 괴도 로즈의 속임수에 넘어가 옥상으로 갔을 것이고, 건물의 앞문과 뒷문을 지키는 경찰도 없을지 모른다. 그 가정하에 괴도 로즈는 제 운을 믿고 뛰어든 것이다. 다행히 후문 쪽에 우거진 나무가 많이 있던 덕으로 안정적이게 착지에 성공해 그대로 자리를 뜬 덕분인지 후문에 몇 안 된 인원으로 배치된 경찰들이 괴도 로즈를 눈치채지 못하고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오늘 달이 밝아서 그런가, 더 빛나 보이네!”


괴도 로즈는 어느새 인적이 드문 어두운 길로 들어서 제 위에 떠 있는 달을 향해 제가 훔쳐온 핑크 오팔을 들어 보였다. 연한 분홍색에 무지개가 생각나는 빛이 기분 좋게 만들었다. 화려한 장식으로 겉을 두르고 그 안에 물방울 모양으로 박혀있는 핑크 오팔. 괴도 로즈는 핑크 오팔을 한 손으로 잡아 쥐고는 씨익, 웃으며 더욱 인적이 드문 골목으로 몸을 틀어서 들어갔다. 아니, 들어가긴 했지만 제 앞에 비친 검은 물체에 괴도 로즈는 바로 인상을 찌푸리곤 뒤로 점프하면서 걸음을 쳤다.


‘고개를 아래로 하고 있어서 다행이네.’


안 그랬으면 신사적인 내 이미지가 망가졌을 테니까. 괴도 로즈는 아직 누군지 모르는 사람에게 인상을 찌푸린 모습을 보이지 않은 것에 안심하며 안정적인 미소를 띤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괴도 로즈는 누구일까, 저를 어떻게 뒤쫓아온 경찰일지, 우연히 이곳을 걷고 있던 시민일지, 호기심이 가득한 마음을 억누른 채 제 앞에 선 인물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큰 키도 아니지만, 자신과 비교하면 고개를 들어야만 얼굴을 볼 수 있는 키의 남학생으로 10대 후반의 나이인 것을 알아챘다. 괴도 로즈는 늦었지만, 인사를 하는 것이 예의겠지, 라고 생각하며 가면을 고쳐 쓰고는 매너 있게 손짓으로 인사하며 허리를 숙였다.


“만나서 반가워, 소년?”


살짝 허리를 숙여 인사하던 괴도 로즈는 그를 올려다보며 신사적인 미소를 지어 보였다. 뭔가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멍한 듯한 그의 모습을 보곤 제 매력에 빠진 것인가, 자신만만해하며 숙였던 허리를 펴 보이는 괴도 로즈였다. 괴도로즈는 두르고 있던 망토를 펄럭이며 그의 앞에 당당한 모습을 보였다.


“알지도 모르지만, 괴도 로즈라고 들어본 적은 있겠지?”


그게 바로 나야. 씨익, 웃어 보이는 괴도 로즈는 그리고 이 늦은 시간에 학생이 돌아다니면 남자라도 위험하다고? 라는 말을 덧붙이며 그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주고는 걸치고 있던 망토를 제 몸에 감싸더니 펑, 하는 소리와 연기 사이로- 그 자리에 없었던 사람처럼 사라지고 말았다. 괴도 로즈가 사라지고 나서야 정신을 차린 듯 흠칫 몸을 움직이는 그. 그는 바람과 같이 사라진 괴도 로즈에 서둘러 주위를 살펴보았지만, 괴도 로즈로 보이는 것은 찾아지지 않았다. 깨끗한 밤하늘을 올려다보던 그는 뭔가 다짐한 듯 서둘러 자리를 뛰쳐나갔다.


그 날 이후로 그는 뉴스를 통해 괴도 로즈의 예고되는 카드가 날아오는 걸 알아보고, 보물을 훔쳐가 어느 루트로 갈지 예측하면서 항상 가져온 보물에 기뻐하는 괴도 로즈 앞에 나타나 제자로 받아달라고 부탁한다. 괴도 로즈는 처음엔 만난 적이 있던 소년의 그에 최대한 신사적으로 일반인이 함부로 괴도 하겠다고 나서는 것이 아니라고 충고를 남긴 채, 첫 만남 때처럼 자리를 떴지만, 언제나, 언제나, 제가 올 곳을 예상하며 제 앞에 나타나는 그에 괴도 로즈는 이대로는 끝이 없겠다고 결론을 지었는지 한 번 들어보자는 식으로 처음으로 왜 제자가 되고 싶은 것이며, 도대체 자신의 도망치는 루트를 어떻게 파악하는지를 물었다. 그는 그 날 만났던 이후로 괴도 로즈의 모습에 반했다며, 괴도 로즈가 훔치는 루트나 다른 것들을 빠짐없이 확인하면서 오직 관찰력만으로 혼자 보물을 훔치고 기쁨을 만끽할 때만의 장소와 시간을 찾아와 파악했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것을 조용히 듣고 있던 괴도 로즈는 무표정인 듯한 얼굴이 슬쩍 입꼬리를 올리면서 미소 지었다.


“보기보다 괜찮네. 관찰력도 뛰어나고. -그 경찰들도 못 잡는 나를, 이렇게 따라와서 신고하는 것도 아니고 제자로 받아달라니. ……좋아, 제자로 받아줄게. 스승으로서 제자의 이름은 알아야겠지?”

“…안정한. 그게 제 이름입니다, 스승님.”


끈질기게 괴도 로즈 앞에 나타나 제자가 되어달라고 몇 번이나 부탁한 끝에, 괴도 로즈가 그, 정한이 마음에 든다는 듯 제자로 받아들이자 정한은 잠시 말도 안 되는 식으로 지금의 현실을 믿기 힘들어하는 듯했다. 완벽하게 정신이 든 것은 괴도 로즈에게서 스승이라는 호칭을 들은 뒤로, 정한은 제 이름을 말하며 스승님이라는 호칭을 괴도 로즈를 향해 말했다. 스승님이라는 호칭을 직접 듣게 되니 괴도 로즈는 짜릿한 느낌을 받으며 이것이 제자를 얻게 된 스승이라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이 얼굴에 보이지 않도록 꾹 눌러 담고는 멋지게 망토를 펄럭이며 그에게 외쳤다.


“내 제자의 특혜로 말해주도록 할까! 내 진짜 이름은 한유라. 잘 부탁한다고, 제자군?“


이것이 바로 괴도 로즈, 한유라와 그녀의 제자, 안정한의 첫 만남이자 사제관계를 맺게 된 날이다.

Posted by 쿠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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