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진록] 7월 27일은?

커뮤 2016. 7. 27. 00:52

그날은 여느 때의 여름과 다름없이 무더운 햇살이 내리 찌고 있었다. 다행히 교실에는 에어컨이 틀어져 시원한 바람이 도는 공기를 맛볼 수 있었다. 이렇게 더운 날에는 뛰지 않는 게 좋겠지. 방과 후에 잠깐이라도 뛰고서 축구연습에 가려던 진우는 실내에서도 축구를 할 수 있는 곳으로 곧장 가겠다는 생각을 하며 턱을 괸 채 창밖을 바라보았다.


“도진우. 김록 어디 갔냐?”


갑작스레 자신에게 말을 건네는 남학생의 목소리에 진우는 흠칫하다가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려 그건 왜 물어보냐는 얼굴로 바라보았다. 남학생은 재빨리 주변을 살펴보더니 김록이 없는 것을 확인하곤 잠깐 얘기 좀 하자며 진우의 손을 잡아 교실을 나섰다. 진우는 얼떨결에 남학생의 뒤를 따라 교실을 나오다가 매점을 갔다 오는 길인지 손에 메로나를 먹으며 교실로 오는 김록과 마주치게 됐다. 김록은 진우를 한 번 보고 진우를 끌고 가려는 듯한 남학생을 향해 시선을 뒀다.


“어디 가?”


어디 가냐는 김록의 물음에 남학생은 당황한 듯 쩔쩔매며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르다가 진우와 시선을 마주하게 되자 좋은 생각이 났다는 얼굴을 하더니 진우의 손을 잡은 걸 김록에게 들어 보여주었다. 김록과 마주치게 될 줄도 몰랐는데 다른 남자-같은 반 친구이긴 하지만-한테 손을 잡힌 걸 보이니 진우는 괜히 찔려 당황하는 기색을 보였다. 남학생은 자기가 더 당황한 기색이 많아서인지 진우도 당황하는 기색을 보이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그럴듯한 이야기를 지어내 보였다.


“진우가 나랑 이렇게 손잡고 학교 좀 돌아다니고 싶다고 하길래, 잠깐 산책을… 맞지?“

“어, 어.. 금방 갔다 올게.”


진우는 어느 정도 남학생의 장단에 맞춰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김록의 눈치를 보며 남학생이 이끄는 대로 김록을 뒤로 한 채 복도를 걸어나갔다. 두 사람의 반응을 보고 찜찜해 하는 듯했지만, 그동안 친구가 별로 없던 진우가 친구랑 산책한다는 걸 생각해보면 괜찮다는 것으로 결론지었는지 교실로 발걸음을 돌리는 김록이었다.





“김록 안 따라왔지?”


남학생의 말에 진우는 뒤를 돌아 주변을 살펴보았다. 주위에 있는 사람이라고는 자신과 같은 반 남학생뿐이었다. 없다며 고개를 끄덕이는 진우에 남학생은 그제야 안심했는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곤 한 손만 잡고 있던 진우의 두 손을 모아 잡더니 부탁할 것이 있다며 애절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것이었다. 남학생의 반응에 진우는 당황한 듯하더니 일단 그 부탁할 것이 뭐길래 그러냐고 일단 들어는 보고 결정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남학생은 진우의 두 손을 놓더니 크흠, 하고 헛기침을 하고는 너는 절대 이 부탁을 들어줄 수밖에 없을걸? 엄청난 자신감을 보이며 검지 하나만 세워 보이곤 좌우로 흔들어 보였다. 진우는 그런 남학생의 반응에 의아해했으나 그다음으로 한 말에 자신이 그 부탁을 들어줄 수 없다고, 자신 있어 한 이유가 있었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 * *




“아까 나가서 무슨 얘기하고 왔어?”


점심시간이 지나고 아슬아슬하게 수업시간이 됐지만, 선생님이 들어오시지 않아 안심하는 진우와 그런 진우를 웃는 얼굴로 토닥이고는 제자리로 돌아가는 남학생의 모습을 보고 김록은 진우의 거리가 좀 있긴 하지만 옆자리나 다름없는 자리에 앉은 채 진우에게 무슨 얘기를 하고 왔냐고 물었다. 김록의 물음에 진우는 말하려고 입을 열려다가 김록의 뒤로 남학생이 두 팔을 들어 X자를 크게 만든 것을 보고 잠깐 얘기 좀 하고 왔다는 것으로 둘러대곤 타이밍 좋게 들어오신 선생님에 선생님 왔다, 하고 바로 수업 준비에 나서며 등을 돌려 버렸다. 그런 진우의 행동에 이상함을 느낀 김록이었지만 수업 준비를 하라는 선생님의 호령에 어쩔 수 없이 진우에게서 시선을 떼고 수업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시간 이후로 김록은 진우에게 물을 기회를 만들려고 하기는커녕 대화하는 시간조차 물거품처럼 사라지는 기적을 맛보게 된다.




“진우야! 잠깐만 와봐.”

“아, 알겠어.”


분명 쉬는 시간에 둘이서 얘기를 주고받으며-진우는 대부분 듣는 쪽이었지만-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가도 교실 밖에 있는 남자애들 몇 명이 진우를 불러내면 진우는 알았다며 김록에겐 잠시만 갔다 오겠다 하고는 쉬는 시간이 다 지나고 나서야 올 때도 있었으며,




“도- 진우! 오늘 우리 집에 가기로 한 거 안 잊었지?”

“어? 벌써 그렇게 됐나..”

“설마 못 온다는 건 아니지?”

“그건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


어느새 진우와 친해졌는지 진우에게 어깨동무하며 집으로 놀러 간다는, 김록은 모르고 있었던 다른 남자애의 집에 놀러 간다는 약속을 진우가 잡았다거나.




“도…… 큼. 진우야, 같이 축구 연습할래?”

“미, 미안. 오늘은 다른 친구들이랑 약속이 잡혀서.. 다음에 하자!”


평소에 잘 못 불렀던 이름으로 불러서 진우와 조금이라도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에 축구 연습을 같이 제안하자고 했던 김록은 진우에게 진심으로 사과받게 된다. 그렇게 교실을 나가더니 진우가 말한 다른 친구들이란 것이 요즘 같이 지내던 같은 반 남자애들이었다.




* * *




“…….”


며칠이나 자신을 따돌리는 식으로 진우가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니 김록은 어느샌가 진우와 대화하는 시간이 없어지고 그와 함께 있었던 시간마저 사라지기 시작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김록은 진우가 많은 친구를 사귀는 것 좋지만 진우는 자신의 애인이었다. 이렇게까지 사랑을 나눌 시간까지 없을 정도는 원하지 않았다고! 김록은 자기 전에 위기감까지는 아니지만 진우와 함께 나눌 시간을 평소보다 많이 뺏기는 것이 억울했던 모양인지 내일 학교에 평소보다 일찍 가서 도진우랑 단둘이서 대화를 나눠야지 안 되겠어, 라는 생각을 하며 잠을 이뤘다.



이런 김록의 생각도 모른 채 같은 시각, 진우는 친구랑 그렇게 지냈던 것이 즐거웠던 모양인지 싱글벙글한다. 아직 잠이 들기 전이라 진우의 방에 들어온 진우의 엄마는 진우에게 며칠 전부터 기분이 이상하게 좋아 보이던데 무슨 일 있었니? 즐거운 일이라도 있었으면 나눠달라는 듯이 말했다. 진우는 내일이 특별한 날이라 기대돼서 그런 거라며 자신은 이제 자야 한다고 불을 끄고는 방에서 엄마를 나가게 했다.


진우가 말하는 특별한 날이란, 과연 무엇일까?




“얼른 와, 얼른!”

“왜 이리 서두르고 그래. 아직 올 시간도 안 됐구먼.”


아침부터 시끌벅적한 진우와 김록의 반. 등교 시간이지만 아직 애들이 별로 없는 시각에 진우와 놀던 남자애들과 진우가 교실에 물건을 바리바리 싸 들고 와 뭔가를 준비하기 바빴다. 차례대로 칠판을 예쁘게 꾸미고 칠판에 각각 메시지를 남겨놓기도 하며 고깔모자를 써보았다. 또한, 문을 열면 보일 교탁에는 다름 아닌 생일 케이크가 있었다. 아직 불을 붙이지 않은 초가 꽂혀 있는 케이크가 말이다.


“도진우, 네가 하이라이트니까 잘해야 한다!”

“으, 응.”


칠판에 적힌 글자는 누군가를 향해 축하한다는 메시지들이었고 그중에 큼지막하게 써진 것이 있었는데 제일 가운데에 김록, 생일 축하한다! 라는 메시지였다. 진우와 남자애들이 지금까지 김록에게 깜짝 생일 축하를 해주려고 준비했던 것이었다. 어떻게 된 것인가 하면 처음 진우가 같은 반 남자애에게 부탁을 받았던 날로 돌아가게 된다.




“내가 받을 수밖에 없는 부탁이라는 게 뭔데.”

“놀라지 마시라. 김록의 깜짝 생일파티란 말씀!”

“...깜짝 생일파티?”


의외의 이야기를 듣게 되어 꽤 놀란 듯한 얼굴을 하는 진우에 부탁을 하던 남자애는 당연히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의기양양 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나 말고도 우리 반 남자애들 모두 김록한테 깜짝 생일파티 열 생각 있는데 너만 참여하면 돼. 어때, 땅기지 않아?”


진우는 잠시 고민하는 듯하다가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깜짝 생일파티를 친구의 도움을 받아 하면 김록도 좋아해 줄 거로 생각했는지 그 부탁을 받게 되고, 김록 몰래 생일 파티를 진행함으로써 김록과 있는 시간이 당연하게도 줄어들면서 반 친구들과 같이 있는 시간이 늘어나게 되었다. 김록과 함께 못 있는 시간이 있는 것이 아쉬웠지만, 깜짝 생일 파티를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친구들과 함께 김록의 생일 파티를 준비한 것이 지금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7월 27일이라고 제대로 쓴 거지?”

“칠판에 제대로 적혀 있잖아.”

“촛불 수도?”

“그래, 완벽하다고!


불안한지 계속 확인하는 진우에 친구들은 완벽하다며 진우의 긴장을 풀어주려 했다. 그때, 교실 문이 벌컥, 열리고 들어오는 사람은 김록이 오는지 망을 보고 있던 아이였다. 다들 김록이 온 줄 알고 깜짝 놀라 식겁했다가 놀라게 문을 확 열고 그래! 바락 화를 내자 망 역할이었던 아이는 아직 올 시간이 안 됐는데 김록이 왔다며 서둘러 준비를 해야 할 거 같다고 재촉하기 시작했다. 평소보다 일찍 온 김록에 살짝 당황했는지 애들은 서둘러 완벽한 준비에 나섰고 김록이 들어오기를 기다리며 숨을 죽였다.


“도진…!”

“놀랐지!”

“!?!?”


문을 열면 언제나 일찍 와서 혼자 교실에 있을 진우만 있을 거로 생각했던 김록은 생각지도 못한 상황과 다른 애들이 있는 것에 어리벙벙해 했다. 어리벙벙해 하는 김록에게 진우가 조심스레 다가가 김록의 손을 붙잡고 교탁으로 안내했다. 교탁을 온 김록은 애들이 있는 것에 놀라 어리벙벙했던 것이 어느 정도 풀렸다가 교탁에 놓인 케이크를 보고 또 한 번 놀라게 된다.


“이게… 뭐야?”

“오늘 생일이잖아. 그래서 친구들이랑 준비해봤어! 마음에.. 들어?”


계획을 먼저 제한한 건 친구들이지만…. 이런 말을 덧붙이며 말하는 진우의 목소리는 이미 들리지도 않는지 멍하니 교탁에 놓인 케이크를 바라보던 김록은 옆에서 촛불 안 불으면 케이크에 촛농이 떨어지겠다는 재촉에 서둘러 불꽃을 껐다. 이제야 자신이 오늘 생일이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김록은 애들을 한 번 바라보다가 칠판에 적힌 메시지를 훑어본 후, 내심 기대되는 얼굴로 자신을 보는 진우를 보고는 긴 한숨을 내쉬며 한 손으로 얼굴을 가려냈다. 진우는 그런 김록을 보며 혹시 마음에 안 들었나, 하고 당황해 김록을 달래려 했다. 사실 김록은 이렇게 좋은 이벤트를 해주는 진우를 모르고 친구와 만의 시간이 많은 것에 약간의 불만을 가진 것에 얘기하려고 했던 과거의 자신이 부끄러워하는 행동이었지만 진우는 김록이 사실대로 말하지 않는 이상, 절대로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



+

이상한 반응을 보이는 김록에 진우가 안절부절못하자 옆에 있던 친구들이 눈치를 주며 이렇게 해보라는 제안을 하자 진우는 그 제안을 받아들여 곧바로 케이크에 있던 생크림을 김록의 볼에 묻히면서 장난을 치기 시작하고 진우도 생크림을 얼굴에 묻히게 되자 그들은 케이크가 반이 사라질 때까지 얼굴을 생크림 범벅으로 만들었다가 결국 조례하러 온 담임선생님께 혼났다고 한다.




=

사실 정각에 주려 했는데 내용은 다 써놨는데 괜찮은지 살펴보지 않아서,,,,,,, 덥다고 컴키기 시러.....(넙적 이랬다가 정각 지나고나서 급하게 살펴보고 드립니다mm)))))))

7월 27일 우리 록이 생일 입니다!!!!!!! 이렇게 추카하고 시펐어요>< 역극으로 축하했던 때가 생각나네요... 그때가 있었기에 지금이 있었던 거겠죠(두둥! 오랜만에 쓴 글이라 좋아하셨으면 좋겠네요ㅠ///ㅠ

Posted by 쿠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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