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화이트데이다. 2월 14일 밸런타인데이가 있다면 그 날에 대한 답례를 한 달 뒤인 3월 14일, 사탕으로 보답하는 날이라고 할 수 있다. 진우는 평소처럼 일찍 교실에 도착해 무슨 기분 좋은 일이 있는 사람처럼 앉아있다가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화기애애하며 웃고 떠들던 아이들 안에 혼자 입술을 삐쭉 내밀며 우울한 분위기를 뿜어댔다. 그런 진우의 모습에 반 아이들은 슬쩍슬쩍 눈치를 보며 진우가 왜 저러는 것인지 아는 사람 있느냐고 쑥덕대기 시작했다. 진우의 귀에 그런 속닥거림이 들릴 만도 했지만 진우는 안중에도 없는지 이젠 엎드려 멍하니 창가를 바라보았다. 진우가 학교에 도착했을 때부터 기분이 좋았던 이유는 무언가를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무엇을 기대하고 있었느냐고 묻는다면 한 달 전의 일에 대한 그의 대답이었다. 여기서 '그'를 가리키는 사람은 진우의 애인, 김록을 말하는 것이다. 제가 만든 초콜릿을 먹고 맛있다는 말을 하긴 했지만, 자신이 직접 만들었다는 소리를 듣고 난 후 놀란 듯 멍하니 있던 그의 반응이 진우에게 상처를 주면서 욱한 마음에 그를 향해 빼액, 소리를 지르곤 그가 붙잡을 새도 없이 집을 나섰던 진우였다. 그 후로 진우는 그와 연락을 하지도, 받은 적도 없어 더욱더 화가 난 채로 지금까지 이어왔는데, 오늘이라면 기회를 봐서 나한테 말을 걸지 않을까? 은근 바랐던 진우는 점심시간이 될 때까지 말하지 않는 그에 완전히 삐진 것인지 점심도 먹지 않고, 머리를 비우려는 것인지 엎드리고서 눈을 감았다.
"배고파…."
배가 어서 먹을 것을 달라며 울리는 소리에 진우는 잠이 덜 깬 채로 꿍얼거리며 몸을 뒤척였다. 몸을 뒤척이며 다시 잠이 들려던 진우는 끼이, 하고 뭔가 끌리는 소리를 시작으로 탁, 하고 문이 닫히는 소리로 끝나는 것을 듣곤 뒤늦게 정신을 차려 벌떡 몸을 일으켰다. 진우가 일어나면서 덜커덩, 하고 의자가 쓰러졌지만, 신경 쓰이지 않는 것인지 급하게 주위를 둘러 보기만 할 뿐이었다.
"벌써 하교 시간이야?!"
노을빛이 가득한 하늘을 보며 입이 떡 벌어지게 놀란 진우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머리를 짚었다. 점심시간을 건너뛴 거로도 모자라서 수업을 3개나 빼먹은 거야? 안 그래도 마음을 바로잡는 새 학기인데 이렇게 자 버리면 어떡하자는 거야…. 한숨을 쉬며 이미 지나간 일에 한탄하던 진우는 자신이 그렇게 깨지 않고 푸욱 잘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알기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사실 오늘을 기대하며 설렜던 마음에 잠이 잘 안 오고 새벽이 되어서야 겨우 잤으니 그럴 만도 했다.
"결국, 안 주고 지나가는 건가…."
진우는 시무룩해 하며 고개를 숙이다가 확, 고개를 들어 보이더니 좀 깨우고 가던가! 아니면 뭐라고 메모 하나 좀 남기고 가지! 그게 그렇게 어럽냐! 많이 서러웠던 모양인지 평소답지 않게 큰소리로 외치곤 책상 고리에 걸려 있던 가방을 한 손으로 들어 팔에 살짝 걸친 채 씩씩거리며 교실 문 앞까지 가서는 확, 하고 교실 문을 잡아 드르륵, 하고 밀어내 보였다.
"…히끅."
놀란 나머지 자기도 모르게 딸꾹질을 한 진우는 흔들리는 동공으로 바로 제 앞에 서 있는 사람을 바라보았다. 문을 열려고 했던 것인지 뻗으려다가 만 손이 조금만 앞으로 갔더라면 제 가슴에 닿았을 거 같았고, 키도 엇비슷해서 숨결이 닿을 것만 같은 그와의 간격에 진우는 흡, 하고 숨을 들이마시는 것으로 숨을 참아냈다. 두근, 두근. 심장 소리가 진우의 귀에 울려 퍼졌다. 가까운 거리에 있는 것으로 설레어 두근거리는 것인지, 아니면 숨을 참느라 뛰는 것인지 정확한 이유를 모른 채 그대로 그의 앞에 서 있기만 하던 진우는 더는 숨을 참지 못하겠는지 푸하, 하고 숨을 토해냈다. 아니, 토해내기 직전 드륵, 하고 교실 문을 닫으며 교실로 들어온 그에 프하? 하는 귀여운 소리를 내는 것으로 숨을 토해낸 진우는 어리벙벙해 하는 얼굴로 슬쩍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뒤늦게 귀여운 소리를 낸 것을 깨닫고 창피해졌는지 화악, 하고 얼굴이 달아오른 진우는 그에게서 등을 돌려 그가 서 있지 않은, 다른 교실 문으로 가려 했다.
“잠깐만!”
새빨갛게 물든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아 서둘러 자리를 뜨려던 진우는 바로 뒤에 있던 김록에게 손을 붙잡히자 움찔하며 걸음을 멈추기는 했지만, 뒤는 돌아보지는 않았다. 왜, 왜. 나, 늦었어. 가봐야 한다고…. 하교 시간 이후엔 주장이라는 자리에 있는지라 그 누구보다 먼저 이글타이푼즈 팀 전용의 축구장에 도착해서 연습을 도맡아왔던 진우는 핑계이기도 하면서 사실을 말해 자리를 뜨려 했다. 하지만 진우의 말을 듣고도 놓을 생각이 없는지 꽈악 잡고 있던 손을 제 쪽으로 당긴 그에 진우는 놀랄 새도 없이 다시 한 번 가까운 거리를 유지한 채 그의 앞에 서게 되었고, 긴장감에 꼴깍, 침을 삼켜내었다.
“이거 먹으면서 연습해.”
‘이거’를 먹으면서 연습하라고, 진우 앞에 무언가가 들었는지 무직해 보이는 봉지를 건네는 김록에 두 눈을 끔뻑이며 어리벙벙해 하던 진우는 그가 제 손에 봉지를 잡아주게 하면서 얼떨결에 그가 준 봉지를 받게 되었다. 이거로는 부족할지도 모르니까, 점심 안 먹은 몸으로 무리하지 말고. 꼭 해야 한다면 조금만 하고 돌아가. 그 말을 마치곤 등을 돌리던 그는 자신이 직접 문을 닫았다는 것을 떠올리지 못했는지 그대로 나아가다가 문에 얼굴을 부딪쳤고, 앓는 소리를 내며 얼굴을 문지르다가 자신의 행동이 부끄러웠던 것인지 재빨리 문을 열고는 도망치듯 자리를 빠져나갔다. 여전히 그가 자리에서 빠져나간 뒤에도 멍하니 있던 진우는 뒤늦게 그가 건네준 봉지 안에 있는 음식을 확인해 보았다.
“어….”
봉지 안을 확인해보자 봉지 안에는 멜론 맛이 나는 알사탕이 가득 들어 있었다. 알사탕 하나를 들어 껍질을 벗기고 입안에 넣어 혀를 굴려 먹자 당연하게도 입안에는 멜론 향이 피어올랐다. 진우는 그가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알든 모르든, 그의 취향인 멜론 맛 사탕을 저에게 선물해준 것에 자기도 모르게 미소 지으며 그에게 토라졌던 마음이 사라지는 기분을 느꼈다. 진우는 가방을 고쳐매곤 입안에 알사탕을 천천히 굴려 녹이며 기분 좋은 얼굴을 하고서 교실을 나섰다.
사실 진우가 점심시간이 될 때까지 꿍해져 있다가 결국 엎드려 마지막 수업이 끝날 때까지 죽은 듯이 자는 모습을 보았던 김록이었다. 김록은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면서 걱정되었고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알고는 있었으나 어떻게 전해줘야 할지 몰라 전전긍긍하며 바라보고만 있었다. 애들이 다 가고 없는 교실에 홀로 남아, 자는 그를 바로 옆에 앉은 채 지켜보던 김록은 조용히 자고 있던 그가 꿍얼거리며 배고프다는 말을 한 걸 듣고는 그가 깨어나지 않게 최대한 조심히 일어나 교실을 빠져나갔다. 그대로 학교 근처에 있던 편의점에서 알사탕을 봉지로 파는 것을 하나 사서 그에게 주려는 생각으로 교실 앞까지 왔던 김록은 자고 있어야 할 그의 목소리가 교실 너머로 들리자 멈칫하며 교실 문을 열려다가 말았다.
ㅡ결국 안 주고 지나가는 건가….
ㅡ좀 깨우고 가던가! 아니면 뭐라고 메모 하나 좀 남기고 가지! 그게 그렇게 어럽냐!
기운 없는 목소리를 시작으로 서러운 사람처럼 외쳐대는 소리에 김록은 미안해하며 손을 내리려다가 드륵! 하고 센소리와 함께 문이 열린 것이 앞에 일이다. 긴 시간이라면 긴 시간 같았던, 한참 동안 그와 마주 보고 있던 김록은 그에게 주려던 사탕을 떠올리곤 교실 문을 닫아 들어왔다. 교실로 들어오면서 그가 귀여운 소리를 낸 걸 듣곤 뭔가에 맞은 듯 멍하니 있게 됐던 김록은 그가 등을 돌려 자리를 뜨려고 하자 전과 같은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 팔을 뻗어 바로 그를 붙잡았고, 자신을 보게 했다. 얼떨결에 해버린 행동에 김록은 어리벙벙해 하다가 손에 쥐고 있던 봉지를 그에게 건네며 걱정 어린 말을 하고는 도망치듯 자리를 빠져나갔다. 자기도 모르게 긴장하여 나가려다가 교실 문에 얼굴이 부딪친 것도 있지만, 그와 한 공간에 있게 된 순간부터 여러 가지의 상황과 분위기에 두근댔던지라 노을에 가려져 제 얼굴이 붉혀진 것은 그에게 안 보였겠지, 라는 생각을 하면서 서둘러 발걸음을 바삐 굴리는 김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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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잔! 네 그렇숩니다,,,,, 볶님 생일추카선물이에요!!! 하마터면 미리 준비해 써놓을 걸 주지 못 하고 지나갈 뻔했어요;;;; 날짜 감각이 사라지다 보니 글을 다 썼으면서 정리한다는 걸 잊고 지내버린; 작년에 제 생일 축하해주면서 선물까지 드렸으니 저도 그냥 지나갈 수는 없죠! 사실 몰랐다가 며칠전 지인한테 볶님 생일이 화이트데이란 거 듣고 서둘러 쓰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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