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어떡해!! 우산 안 가지고 왔는데…! 하나는 건물 밖으로 나오면서 제 눈 앞에 펼쳐진 상황에 절망했다. 아침엔 분명 흐린 하늘이었지만 빗방울이라고는 하나도 떨어지지 않았는데, 지금 나와보니 회색빛으로 물든 하늘에서 우두두, 비가 쏟아져 내리고 있는 것을 보게 됐으니 절망할 법도 했다. 물론 중간에 수업하다가 창문 밖으로 쏟아지는 빗소리에 잘못 들었나 했지만, 애들이 떠들썩해지며 우산 안 가져왔는데 어떡해! 하고 혼란스러워하며 쩔쩔매는 쪽과 난 우산 가져왔는데! 오늘 아침에 비 온다는 소식 듣고 가기 전에 챙겨왔지! 뿌듯해하며 좋아하는 쪽으로 나누어졌다. 하나는 전자 쪽에 속했고 말이다. 하나는 나가기 전 아침에 흐려진 하늘을 보고 우산을 가져갈까 고민하다가 챙겨가야지, 생각만 해놓고 우산을 깜빡 가져오지 않은 채 학교로 등교한 것이었다. 덜렁거리는 성격이 이런 데에서도 발휘하는구나…. 하나는 자신이 한심하다고 생각하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끝날 때쯤이면 비가 그치겠지! 우울해하다가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하며 수업을 이어 듣던 하나는 결국 이 시간이 되어서까지 비가 내리는 것을 보고 풀이 죽어버렸다.
"빨리.. 안 그치겠지?"
하나는 혼잣말을 하듯 고개를 들어 이제 어두워져 캄캄해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고 계속해서 투둑, 투둑, 내리는 비에 하나는 바로 나가기를 포기했다. 비 그치는 동안 뭐하지…. 빨리 안 그칠 거 같은데.. 다시 교실에라도 가야 하나? 아니면 수영장에 가볼까? 하나는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깊은 생각에 잠겼던 하나는 순간 흠칫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근데 여기 너무 어두운 거 같은데..?"
아직까지 비가 오는 것에 우산이 없어 절망했던 하나는 순간적으로 어둑해진 시간에 비가 와서 더 어두워진 공간에 긴장이 됐다. 학교의 불빛이 있기는 하지만 불빛보다 어두운 공간이 더 많았기에 하나는 귀신이 나올까 두려워하며 꼴깍, 침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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