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는 다른 사람들이 하나둘씩 자기소개하는 모습을 보며 두근거리는 심장을 주체하지 못했다. 간단한 자기소개라고는 해도 많은 사람 앞에서, 그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에게로 쏠리게 될 상황을 맛보게 될 텐데 긴장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나는 가볍게 심호흡을 하고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심호흡하긴 했지만, 아직 긴장이 가지 않은 것인지 벌떡 일어나면서 하나가 앉아 있었던 의자가 큰소리를 내며 뒤로 넘어가 버렸고, 그 소리에 깜짝 놀라 뒤돌아본 하나는 당황하며 쩔쩔매다가 쭈그려 앉아 의자를 원상태로 세워놓고는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하하, 내가 좀 덜렁거려서…."


어색하게 웃으며 겨우 첫마디를 한 하나는 다시 입을 다물고 말았다. 자기소개하라고 하면 언제, 몇 번을 하든 긴장을 하게 되기 마련이라 하나는 이 상황이 너무나 힘들었다. 울고 싶은 심정이랄까…. 그래도 자기소개를 잘 맞춰야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에 하나는 침을 꼴깍 삼키곤 제 소개를 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내 이름은 유하나고, 체육과로 수영 전공이야!"

하나는 앞을 보면서 겨우 한마디, 한마디 말하고 있었지만, 누군가와 시선을 마주하면 안 그래도 긴장된 모습이 더 긴장될 거 같아 먼 곳을 바라보고서 자기소개를 이어갔다. 가족은 나랑 엄마랑 아빠, 오빠가 있는데 지금은 대학생이야. 1년 다녔다가 군대에 가야 하는 거 때문에 휴학했는데 군대에서 나오고 얼마 안 되어서 다시 다니고 있어! 학교 등록금 때문에 알바를 여러개 뛰고 다니느라 연락은 많이 못 해…. 오빠와 연락을 많이 못 하는 것이 아쉬웠던 것인지 우울한 분위기를 보이며 고개를 숙였던 하나는 흠칫하며 확 고개를 들었다.


"그, 그래도 가끔 연락 주고받으니까 괜찮아!"

자신도 모르게 시무룩해 버린 것에 당황하며 안 말해도 되는 것을 말했다. 뒤늦게 아차, 했던 하나였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나 다름이 없었기에 쩔쩔매며 손을 꼼지락거리다가 아, 하는 소리를 내며 재빨리 화제를 바꾸었다.

"수영 전공이긴 한데 제대로 배우기 시작한 건 얼마 안 돼서 아직 서툴긴 하지만, 숨 참기는 자신 있어!"

그래서 딸꾹질할 때 유용하게 쓰고 있고! 하나는 뿌듯해하는 얼굴로 당당하게 말하며 어깨를 으쓱이다가 또 뭘 말하면 될까, 손가락을 하나씩 접으며 고민했다. 아, 기본적인 소개를 안 했네! 단 거 무지 좋아해! 초등학생 입맛, 이라고 해야 할까나? 하나는 단 걸 좋아하는 것을 초등학생 입맛으로 간단명료하게 설명한 후, 좋아하는 것을 말했으니 이제 싫어하는 것을 말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입을 열려다가 약간 어두운 얼굴이 되어 입을 닫아버렸다.

"그… 싫어하는 건,"

하나는 이걸 많은 애들 앞에서 말해도 되나 싶었다. 귀신을 무서워하는 것을 말이다. 그것을 바탕으로 어두운 곳을 싫어한다는 것도. 나이도 나이가 있는지라 어쩌다 내뱉는 것은 몰라도 많은 애들 앞에서 귀신을 무서워한다는 창피를 당하고 싶진 않았다. 하나는 잠시 고민하는 듯하다가 아, 하는 소리를 내며 미소를 보였다.

"수학을 싫어해! 그 반대로 체육은 무지무지 좋아하지만 말이야!"

하나는 자연스럽게 교과목으로 넘어간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며 남들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주변을 살피던 하나는 이제 슬슬 마무리해도 될 듯싶다고 생각되어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말하고 끝내겠다며 입을 열었다. 내 생일은 4월 11일이고 혈액형은 A형이야! 그리고 집에서 5년 정도 키운 개가 있는데 골든 리트리버라고 이름은 아미야! 초등학교에 있었을 때는 그렇게 작았는데 지금은 덩치가 엄청 커! 지금은 덩치가 큰 사진은 없어서, 나중에 되면 보여줄게! 하나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만족스러워하며 언제 긴장했냐는 듯 싱글벙글 웃는 얼굴로 자리에 앉았다.

-아, 매운 거 잘 못 먹는다고 말한다는 거 깜빡했다!
몇 분이 지나고 나서야 하나는 말하지 못 했던 내용이 하나둘씩 떠오르면서 아쉬움과 후회로 가득 차버린 자기소개를 끝마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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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미포1444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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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쿠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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