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와 다를 바 없다고 느낀 날이었다. 갑자기 에이타가 안 그러던 자책을 하기 전까진. 에이타가 자책을 하게 된 원인은 러너로서 실력과 경험치를 쌓기 위해 들어간 한 경기로 인해 생기게 되었다. 세이가 30인 경기에 같이 가자고 제안하는 것에 에이타는 세이가 가자는 것만으로 좋아 그러자고 승낙을 했다. 랜덤으로 들어간 곳은 30인 경기에서 많은 방을 차지하고 있는 세뇌당한 문어아빠 맵이었다.

 

“30인 경기라 사람들이 많이 몰려있네!”

 

우글우글 몰려있는 것이 20명은 되어 보이는 수로 보였다. 세이는 많은 사람과 뛸 수 있다는 것에 설레어 전기저항의 시간을 줄여줄 망토를 찬 뒤에야 뛸 준비를 마쳤고, 에이타 또한 맵으로 통하는 문이 열리기 전에 준비를 마친 후 세이의 곁으로 달려갔다. 많은 인원이 몰리고 나서야 방장은 만족한 모양인지 경기를 시작하겠다고 알렸으며, 5초의 카운트 후 모든 사람의 로딩이 완료되고 나서야 진정한 경기의 시작을 알리는 문이 열렸다. 그 문의 열림이 에이타에게 시발점의 촛불이 될지 모르고서…….

 

신난다!”

 

착지하자마자 세이는 많은 사람과 뛰는 것에 설렘을 가득 담은 얼굴로 세차게 앞으로 나아갔다. 에이타와 같이 온 것조차 잊고 많은 사람의 실력을 눈여겨 보며 빨간 전기에 닿지 않는 세이였다. 중간 중간에 눈바람을 일으켜 사람의 시야를 가려내는 것으로 순간적으로 몇 사람이 빨간 전기를 보지 못하고 닿게 만들어 탈락하게 했다. 사람들이 많아서 더 신나 보이는 세이를 뒤에서 보며 에이타 또한 실력을 발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조금만 가면 top 3까지는 아니더라도 완주는 할 수 있겠어!”

 

많은 인원과 뛰는 경기다 보니 세이는 너무 높은 목표보다 가벼운 완주라는 목표를 노리기로 했다. 나오는 전기들의 패턴을 보아 도착점도 점점 가까워지는 거 같기도 했고 말이다. 하지만 아직 안심하기는 일렀다. 살아있는 사람은 총 10, 게다가 제 뒤를 뒤따르고 있는 사람이 조금만 돌려서 보면 바로 보일 정도였으니 말이다. 이미 제 앞을 질러간 사람은 4, 제 뒤에 있는 사람은 5명이었다. 이제 분노로 앞서 갈 차지도 없는 데다가 가까운 거리에서 기술을 써봤자 앞에 전기 패턴을 조금만 외워둔다면 살아남을 수 있을 테고, 오히려 시야가 없는 것을 이용하여 저를 빨간 전기에 튕기게 할 수도 있을 것이었다. 으악, 뭐야!! 뛰면서 고민하던 세이는 뒤에서 들리는 비명에 번뜩, 정신을 차리곤 뒤를 돌아 상황을 살펴보았다.

 

저건, 에이타의!”

 

세이가 본 것은 위에 커다랗고 여러 개의 링이 겹쳐있는 하나의 링이 떠 있는 것이었다. 커다란 링은 링에 걸려있던 방울이 딸랑, 울리면서 빠른 속도로 내려와 러너들을 속박하려 했다. 에이타의 기술을 가까이서 보는 것은 처음이었던 터라 멍하니 보고 있던 세이는 갑자기 제 옆을 스쳐가는 검은 그림자에 흠칫했다.

 

나 대신 잘 잡혀주라구?”

 

그 목소리를 듣고 세이는 뭔가 조치를 취하려 했지만, 검은 그림자의 손길이 저를 뒤로 세게 밀침으로 인해 에이타의 링에 묶일 수밖에 없게 되었다. 처음으로 에이타의 링에 속박된 터라 세이는 바둥거리며 나오려 했지만, 링은 웅웅거리는 소리만 내며 세이를 포함한 3명의 러너를 압박했다. 뒤에서 기술을 써보인 에이타는 생각지도 못한 세이가 링에 속박되자 당황한 것인지 세이의 이름을 부르며 세이 앞으로 달려왔다.

 

, 세이! , .”

에이타, 빨리 가기나 해. 뒤에서 엄마 문어 오는 소리 안 들려?”

 

뒤에서 엄마 문어의 쿵쿵대며 오는 소리가 압박해오고 있었지만, 에이타는 그것이 들리지 않는 모양인지 쩔쩔매며 세이만이라도 링에서 빼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안절부절 못하기 시작했다. 그런 에이타의 모습에 세이는 후, 길게 숨을 내뱉곤 옴짝달싹 못 하는 손 대신 발을 이용해 에이타의 다리를 팍, 찼다. 그 아픔에 정신을 차린 것인지 어? 소리를 내며 세이를 바라보는 에이타였다.

 

완주라도 해. 여기까지 온 게 어딘데, 그치?”

 

에이타를 향해 웃음을 보이는 세이는 자신의 기술에 잡혀서 가지 못하게 된 에이타의 죄책감을 덜어주려, 일부러 보이는 거짓의 모습 같았다. 하지만 이제 얼마 안 남은 거리에 에이타는 그것을 눈치챘을지 모르겠지만, 알겠다며 자리를 떴다.

 

 

 

. 에이타, 그만 좀 해.”

 

에이타는 아슬아슬하게 완주를 했지만, 자신이 기술을 쓰지 않았다면 세이도 완주했을 텐데 그것을 못 하게 한 죄책감에 꼬리와 귀를 축 늘어진 채 공원의 한구석에 쭈그려 앉아있었다. 세이가 완주하지 못한 이유는 에이타에게 있지 않았다. 에이타의 기술에 신경 쓰지 않았더라면, 방심하지 않고 뛰는 데만 전념했다면 다른 러너에 밀려서 에이타의 링에 속박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세이는 몇 번이나 에이타에게 자신이 이러해서 못 한 탓이니 자책하지 말라, 몇 번이나 일러보았지만 에이타는 그것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제 말을 전혀 듣지 않는 에이타에 세이는 욱한 모양인지 에이타를 향해 버럭 화를 냈다.

 

내가 실력이 부족한 탓이라는데 왜 네가 아니라 하는 건데!”

 

사람이 아니라 하면 그렇네, 하고 수긍해야지! 왜 자꾸 토를 달고 그래! 에이타의 기분을 풀어주려 제 실력이 부족했던 것을 자꾸만 얘기하다 보니 내 실력이 부족한 걸 왜 계속 얘기해야 하지? 생각해보니 화나네? 로 넘어가 버린 세이는 에이타를 향해 화내기 시작했다. 저를 토닥여주던 세이가 갑자기 분노하기 시작하자 에이타는 움찔하며 조심스럽게 세이의 이름을 불렀다.

 

내 이름 부르지 마! 에이타가 자책 그만 둘 때까지, 나 에이타랑 말 안 할 테니까 그런 줄 알아!”

 

, 소리를 내곤 에이타에게 등을 돌려서 자리를 뜨는 세이에 에이타는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어리벙벙하게 있다가 이러다간 세이와 사이가 갈라지는 게 아닐까, 하는 불안한 생각이 겹쳐 들면서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세이를 향해 달려갔다. 자책 안 할 테니까, 내 말 좀 들어달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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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힘냈네?”

매일매일 힘내는걸요!”

 

멋진 장교 차림을 하고 반듯하게 넥타이까지 매고 있는 흑발의 그는 갈고리 눈매를 하고 있음에도 상냥한 눈빛으로 세이를 내려다보았다. 아무래도 세이와 같은 방에서 경주한 모양인 듯한 그는 경주를 마무리 짓고 공원에서 잠시 쉬던 세이를 따라온 거 같았다. 하지만 안면이 있는 사이였던 건지 그의 칭찬에 세이는 두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며 당연하다는 결과라고 으쓱였다.

 

노력의 결과라는 거지?”

 

짧은 웃음을 지으며 세이의 머리에 손을 툭, 올리곤 가볍게 헝클어주는 그였다. 그의 손길과 칭찬에 기분이 좋은 모양인지 헤헤, 하고 웃으며 조용히 받아들이던 세이는 이래서 계속 이기고 싶어지고, 그 이김으로 칭찬받으며 남들에게 추켜세움을 느끼고 싶나 보다 했다.

 

세이, 뭐 하는 거야..”

 

마치 고양이가 집사에게 고롱고롱을 받는 거처럼 기분 좋게 그의 손길을 받아들이고 있던 세이는 불만이 가득한 목소리로 제 이름이 불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았다. 고개를 돌려 세이의 시선이 닿은 곳에는 부루퉁한 얼굴로 저를 바라보고 있는 에이타가 보였다. 에이타의 모습에 세이는 환한 얼굴이 되어선 오른손을 세차게 흔들며 에이타를 맞이했다. 평소라면 에이타는 세이와 얘기하고 있는 그의 뒤에 있는 나무에 숨어서 지켜보고 있었을 테지만, 자신도 아직 못 해본 세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그의 행동을 보곤 자기도 모르게 이미 발이 앞서 나가 말을 내뱉고 말았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 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에이타는 세이에게 성큼성큼 다가가 세이의 손을 마주 잡더니 곧바로 맞은편에 있던 그를 찌릿 노려보곤 세이와 선약이 있다며 세이를 데려가겠다는 말을 그렇게 남기며 세이와 함께 자리를 떴다.

 

이런, 미움받아버렸나?”

 

멀리 사라져가는 두 아이의 모습을 보며 그는 멋쩍은 듯 볼을 긁적였다. 귀여운 질투를 목격해버린 그는 슬 웃다가 갑작스러운 에이타의 이끌림에 어, ? 하며 당황하다가 그에게 아직 작별의 인사를 하지 않은 걸 떠올리곤 나중에 또 봐요~! 에이타에게 붙잡히지 않은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세이를 향해 같이 손을 흔들어주었다. 세이가 많이 힘들어하겠네. 앞으로의 에이타로 인한 세이 걱정을 하면서 말이다.

 

 

 

저기, 에이타- 갑자기 끌고 와선 왜 아무 말도 안 하는 거야?”

 

에이타는 일단 사람이 없는 장소로 가기 위해 포탈을 지나 떠다니는 돌덩어리들이 있는 곳으로 왔다. 사람도, 정겨운 공원이라는 걸 알려주는 새들의 지저귐도 없는, 오직 풀때기밖에 없는 자리에 온 세이는 의아해하며 에이타의 답변을 기다렸지만, 에이타의 답변은 오지 않았다. 이럴 시간에 두세 번이나 연습하고도 남았을 거라 결론을 내렸는지 나 이만 간다? 라며 포탈을 향해 가려던 세이를 에이타는 서둘러 붙잡곤 곧바로 내뱉었다.

 

왜 받고 있었어?”

?”

 

중요한 주어가 빠져있는 질문에 세이는 당연하게도 무엇을 받고 있었다는 건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내 그 사람한테 손길 받던 거 말이야! 라며 흑발의 그에게서 귀여움을 받고 있던 세이의 모습을 떠올리며 외친 에이타에 잠시 기억을 더듬는 듯 곰곰이 생각에 잠기던 세이는 알아챘는지 아, 소리를 내었다.

 

기분 좋으니까.”

 

당연한 답을 왜 해야 하냐는 듯이 말하는 세이에 에이타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물론 흑발의 그가 잘생기기도 했고, 자신보다 키가 컸으니 그런 남자에게서 쓰다듬을 받으면 설레서 좋았을 것이다. 자신에게 없는 장점이 있는 그에게 쓰다듬을 받아서 좋았구나, 멋대로 생각을 내버린 에이타는 허탈해하다가 곧이어 덧붙인 세이의 말에 번뜩였다.

 

같은 경기를 뛴 선수한테 칭찬받으면 당연히 좋은 거 아니야?”

 

나보다 힘도 좋고, 스피드도 있던 사람이었던데다가, 세 보이는 상급 악마의 날개를 달고 있었고, 그 악마 날개랑 어울리는 전설의 검은 불 소펫을 데리고 있었는데 안 좋아하는 사람이 어딨겠어? 하나부터 열까지, 세이는 굉장한 그에게 칭찬받아 좋았으며 그 좋았음의 의미는 존경이 담겨 있었다. 자신이 생각했던 의미와는 전혀 다른 것에 충격이라도 받은 건지 에이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에이타, 왜 그래?”

, 아니야! 세이, 연습하러 갈 거지? 같이 하자!”

 

입을 다물지 못하는 에이타의 모습을 이상하게 여긴 세이는 걱정스러운 듯 물었지만, 에이타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말하며 세이의 어깨에 제 팔을 걸치곤 연습하러 가자는 주제로 화제를 바꾸며 자리를 뜨려 했다. 연습하자고 먼저 제안하는 에이타에 세이는 주제를 바꾸는 것에 이상함을 느끼지 못하고 밝게 웃으며 그러자고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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