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힘냈네?”
“매일매일 힘내는걸요!”
멋진 장교 차림을 하고 반듯하게 넥타이까지 매고 있는 흑발의 그는 갈고리 눈매를 하고 있음에도 상냥한 눈빛으로 세이를 내려다보았다. 아무래도 세이와 같은 방에서 경주한 모양인 듯한 그는 경주를 마무리 짓고 공원에서 잠시 쉬던 세이를 따라온 거 같았다. 하지만 안면이 있는 사이였던 건지 그의 칭찬에 세이는 두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며 당연하다는 결과라고 으쓱였다.
“노력의 결과라는 거지?”
짧은 웃음을 지으며 세이의 머리에 손을 툭, 올리곤 가볍게 헝클어주는 그였다. 그의 손길과 칭찬에 기분이 좋은 모양인지 헤헤, 하고 웃으며 조용히 받아들이던 세이는 이래서 계속 이기고 싶어지고, 그 이김으로 칭찬받으며 남들에게 추켜세움을 느끼고 싶나 보다 했다.
“세이, 뭐 하는 거야..”
마치 고양이가 집사에게 고롱고롱을 받는 거처럼 기분 좋게 그의 손길을 받아들이고 있던 세이는 불만이 가득한 목소리로 제 이름이 불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았다. 고개를 돌려 세이의 시선이 닿은 곳에는 부루퉁한 얼굴로 저를 바라보고 있는 에이타가 보였다. 에이타의 모습에 세이는 환한 얼굴이 되어선 오른손을 세차게 흔들며 에이타를 맞이했다. 평소라면 에이타는 세이와 얘기하고 있는 그의 뒤에 있는 나무에 숨어서 지켜보고 있었을 테지만, 자신도 아직 못 해본 세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그의 행동을 보곤 자기도 모르게 이미 발이 앞서 나가 말을 내뱉고 말았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 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에이타는 세이에게 성큼성큼 다가가 세이의 손을 마주 잡더니 곧바로 맞은편에 있던 그를 찌릿 노려보곤 세이와 선약이 있다며 세이를 데려가겠다는 말을 그렇게 남기며 세이와 함께 자리를 떴다.
“…이런, 미움받아버렸나?”
멀리 사라져가는 두 아이의 모습을 보며 그는 멋쩍은 듯 볼을 긁적였다. 귀여운 질투를 목격해버린 그는 슬 웃다가 갑작스러운 에이타의 이끌림에 어, 어? 하며 당황하다가 그에게 아직 작별의 인사를 하지 않은 걸 떠올리곤 나중에 또 봐요~! 에이타에게 붙잡히지 않은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세이를 향해 같이 손을 흔들어주었다. 세이가 많이 힘들어하겠네. 앞으로의 에이타로 인한 세이 걱정을 하면서 말이다.
“저기, 에이타- 갑자기 끌고 와선 왜 아무 말도 안 하는 거야?”
에이타는 일단 사람이 없는 장소로 가기 위해 포탈을 지나 떠다니는 돌덩어리들이 있는 곳으로 왔다. 사람도, 정겨운 공원이라는 걸 알려주는 새들의 지저귐도 없는, 오직 풀때기밖에 없는 자리에 온 세이는 의아해하며 에이타의 답변을 기다렸지만, 에이타의 답변은 오지 않았다. 이럴 시간에 두세 번이나 연습하고도 남았을 거라 결론을 내렸는지 나 이만 간다? 라며 포탈을 향해 가려던 세이를 에이타는 서둘러 붙잡곤 곧바로 내뱉었다.
“왜 받고 있었어?”
“…뭘?”
중요한 주어가 빠져있는 질문에 세이는 당연하게도 무엇을 받고 있었다는 건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내 그 사람한테 손길 받던 거 말이야! 라며 흑발의 그에게서 귀여움을 받고 있던 세이의 모습을 떠올리며 외친 에이타에 잠시 기억을 더듬는 듯 곰곰이 생각에 잠기던 세이는 알아챘는지 아, 소리를 내었다.
“기분 좋으니까.”
당연한 답을 왜 해야 하냐는 듯이 말하는 세이에 에이타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물론 흑발의 그가 잘생기기도 했고, 자신보다 키가 컸으니 그런 남자에게서 쓰다듬을 받으면 설레서 좋았을 것이다. 자신에게 없는 장점이 있는 그에게 쓰다듬을 받아서 좋았구나, 멋대로 생각을 내버린 에이타는 허탈해하다가 곧이어 덧붙인 세이의 말에 번뜩였다.
“같은 경기를 뛴 선수한테 칭찬받으면 당연히 좋은 거 아니야?”
나보다 힘도 좋고, 스피드도 있던 사람이었던데다가, 세 보이는 상급 악마의 날개를 달고 있었고, 그 악마 날개랑 어울리는 ‘전설의 검은 불 소’ 펫을 데리고 있었는데 안 좋아하는 사람이 어딨겠어? 하나부터 열까지, 세이는 굉장한 그에게 칭찬받아 좋았으며 그 좋았음의 의미는 존경이 담겨 있었다. 자신이 생각했던 의미와는 전혀 다른 것에 충격이라도 받은 건지 에이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에이타, 왜 그래?”
“아, 아니야! 세이, 연습하러 갈 거지? 같이 하자!”
입을 다물지 못하는 에이타의 모습을 이상하게 여긴 세이는 걱정스러운 듯 물었지만, 에이타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말하며 세이의 어깨에 제 팔을 걸치곤 연습하러 가자는 주제로 화제를 바꾸며 자리를 뜨려 했다. 연습하자고 먼저 제안하는 에이타에 세이는 주제를 바꾸는 것에 이상함을 느끼지 못하고 밝게 웃으며 그러자고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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