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함께 들어주면 좋을, 겁니다!
“구하리..”
“강림아..”
서로를 마주 보고 있는 두 사람. 강림은 한 손으로 하리의 허리를 받히고 다른 한 손으로는 부드럽게 하리의 볼을 감싸 하리에게 다가간다. 하리는 강림의 손길과 익숙지 않은 분위기에 살짝 긴장한 듯했지만, 강림이 이끄는 대로 가다 보니 어느새 분위기에 타고 들어 가까이 다가오는 강림을 뿌리치지 않고 천천히 눈을 감아 강림이 입술이 제 입술에 닿기를 기다렸다.
“우와악!!!”
벌떡, 소리치며 일어난 하리 덕에 아래에서 곤히 자고 있던 두리는 깜짝 놀라서 잠에서 깨 위층 침대에 있는 하리에게 뭐냐며 걱정스럽게 물었다. 하리는 두 눈을 끔뻑이다가 밑에서 저를 걱정하는 눈빛으로 보는 두리에 아무것도 아니라며 둘러대고는 학교 갈 준비나 하자! 서둘러 밑으로 내려와 방을 나섰다.
“누나, 오늘 아침부터 이상해. 안 좋은 꿈이라도 꿨어?”
등굣길에 나서던 두리는 의심스럽다는 눈빛으로 하리를 바라보았다. 두리가 그럴 말을 할 법한 것이 아침에 요란하게 일어난 것을 시작하여 아침을 째깍째깍, 조금씩 먹고 말았지, 양치질은 하다가 말고 멍하니 거울을 보다가 갑자기 화들짝 놀라서는 팍팍 기세 좋게 양치질을 하고, 책가방을 챙겨서 나가려니까 책가방을 보고 웬 한숨을 쉬지 않나, 안 그러던 행동을 하리가 아침에 몇 번을 보였으니 당연했다. 부모님도 여느 때와 다른 듯한 하리의 모습에 걱정했지만, 하리는 아무것도 아니라며 둘러대고 집에서 나가버렸다.
“안 좋은 꿈은 무슨. 너 이제 저쪽으로 가야지. 잘 갔다 와라!”
하리는 꿈 얘기에 움찔했지만 안 그런 척, 두리에게 가야 할 길을 가리키고 자리를 급하게 떴다. 두리는 여전히 초등학교에 다니지만, 이제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다니는 하리는 중간에 두리와 헤어져 제 중학교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이제야 혼자가 된 하리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제 머리를 박박 긁어댔다.
“도대체 그 꿈은 뭐냐고!!”
하리는 혼자가 되고 나서야 아무렇지 않아 했던 행동을 풀며 저 자신에게 화를 냈다. 하리는 갑자기 안 꾸던 꿈에 하필 나와도 강림이 나오고, 다른 것도 아닌 키스하려던 순간을 떠올리자 광광 날뛰며 짜증 나! 라는 말을 난발했다. 그런 하리를 뒤에서 지켜보며 다가가지 못하는 두 사람을 눈치채지 못한 채, 하리는 학교로 씩씩대며 걸어갔다.
* * *
“구하리, 너 정말 무슨 일 있었지?”
“하아, 없었다고 몇 번을 말해-.”
교실에 무사히 도착한 하리는 강림이 저와 같은 학교지만 다른 반인 것에 안심하며 꿈에 대한 것을 잊으려고 평소보다 더 열심히 수업에 집중했다. 평소에도 공부에 집중했던 하리였지만, 공부하다가도 도리도리 고개를 젓더니 부릅, 눈을 떠서 수업하는 선생님이 부담을 느낄 정도로 칠판에 시선을 두곤 했다. 무사히 세 수업을 마치고, 하리가 제일 좋아하는 체육 시간이 왔다. 하리와 가은이 같이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교실에서 나와 얼마 걷지 않은 거리에서 현우가 하리에게 뭔가 있다는 눈빛을 보내며 질문을 건넸다. 몇 번이나 꼬치꼬치 캐물으려 하는 현우에 하리는 화를 꾹 참으며 없다는 대답을 몇 번이나 내뱉었다. 현우는 체, 혀를 차고는 눈빛을 보내 하리에게 뭔가 있는 거 같으니 네가 대신 한 번 물어보라는 무언의 눈빛을 옆에 하리의 옆에 있던 가은에게 보냈다. 가은은 그것을 단번에 알아채고 하리에게 조곤조곤한 말투로 현우가 물어봤던 것을 되물었다.
“하리야, 현우 말대로 무슨 일 있는 거 같은데 정말 없어?”
“가은이 너까지 왜 그래.. 아무 일 없었다니까?”
하리는 어색하게 웃으며 손 치레를 치곤 체육관으로 향했다. 아무 일 없다고 하니 넘어갔던 두 사람이지만, 체육 시간이 시작되면서 두 사람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하리의 말이 아니라는 것으로 완전히 단정 짓게 되었다.
“간다~!!”
“구하리, 그 공 잡아!”
이번 체육 시간은 팀을 나눠 피구를 하는 것이었는데 몇 명이 빠져나가면서 점점 공이 여기저기로 움직이는 속도가 빨라지게 됐고, 하리의 상대편 팀이 공을 잡게 되면서 그 공이 하리에게 날아가게 되자 하리와 같은 자리에 있던 아이들은 하리에게 그 공을 잡으라고 외쳤다. 평소라면 감히 이 구하리에게 도전을 해? 씨익, 웃으며 어떤 공이라도 받아냈을 텐데, 그 잠깐 사이에 뭔 생각을 했던 것인지 뒤늦게 반응해서 어? 하고 말하던 하리는 세게 날아온 공에 얼굴을 정면으로 맞아 쓰러지고 말았다. 대부분 하리가 그 공을 잡을 줄 알았는데 공을 잡기는커녕 정통으로 공을 맞은 것에 놀라 하리에게 뛰어가 안부를 물었다.
“하리야, 괜찮아?”
“으으, 코가 좀 아픈 거 빼고 괜찮아.”
하리는 얼얼한 코와 이마 부분을 어루만지며 앓는 소리를 내며 아무렇지 않다는 듯 일어났다. 머리 맞았으니까 난 살아있는 거지? 다시 시작하자! 다시 피구를 하자고 진행을 이어가려던 하리는 주룩, 코에서 나오는 액체에 멈칫했다. 하리는 의아해하며 소매로 코를 닦아내고 씩씩하게 공을 주워 다시 피구를 하려 했으나 한 아이의 외침에 던지려던 공을 다시 품에 담아둘 수밖에 없었다.
“구하리! 너 코피 나!”
“에이, 콧물이겠지 무슨 코피냐~.”
하리는 말도 안 된다는 듯이 웃으며 코를 닦았던 소매를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숙였다. 고개를 숙이자 소매에는 붉은 피가 물들어져 있었고 하리는 이게 뭐야!! 하고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다들 양호실에 가야 하는 거 아니냐며 걱정했지만, 이런 거로 무슨 양호실까지 가냐~ 수업 끝나기 전에 피구나 마저 하자!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려는 하리에 넘어가도 되나 싶어 했다.
“하리야, 양호실에 가봐.”
“맞아. 너 오늘따라 상태 이상했잖아. 한 번 가보는 게 좋을 거 같은데.”
가은과 현우의 말에 반 아이들도 그렇긴 했어, 그러는 게 좋겠다, 하고 의견이 하나 둘씩 모여지면서 하리를 양호실로 보내려 했다. 하리는 체육 시간을 더 보내고 싶었지만, 아이들이 등을 떠미는 바람에 할 수 없이 양호실로 발걸음을 옮길 수밖에 없었다.
터덜터덜. 양호실에 도착한 하리는 드륵, 양호실의 문을 열었다. 선생님- 코피가 나서 왔는데요. 양호실 문을 열자 당연하게 양호실 안에는 양호 선생님이 계셨고 양호실에 안 올 거 같던 건강한 하리가 양호실로 오자 양호 선생님은 깜짝 놀란 얼굴로 하리에게 얼른 자리에 앉으라 했다. 하리는 별거 아닌데 코피가 났었다고, 양호실에 가기 전에 애들이 대량으로 준 휴지로 코를 막고 있던 것을 알려주며 보여주었다. 양호 선생님은 하리의 사정을 듣고 대략 난감해하는 얼굴을 하더니 일단 피가 멎을 때까지는 침대에 누워 있다가 가라고 했다. 양호 선생님의 말씀에 하리는 그게 다인가? 하는 마음과 함께 그럼 전 언제 있다가 가면 될까요? 물었다.
“어, 그거 말이지.. 내가 지금 나갈 일이 생겨서 말이야.”
“..그 말은 지금 저 혼자 양호실에 누워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하리는 설마 하는 얼굴로 양호 선생님을 바라보았지만, 양호 선생님은 원래 점심시간에 나갈 일이 잡혀 있어서, 커튼치고서 누워있으라는 말만 남기고 나갈 채비를 한 뒤 후딱 양호실을 나서버렸다. 하리는 벙쪄 있다가 선생님 일이 있다니까, 누워 있다가 코피 멎으면 바로 가야지, 라는 생각을 하며 침대에 자리를 잡고 누웠다. 조용한 양호실에 누워 멍하니 천장을 보던 하리는 째깍, 째깍, 제 귀를 울려가는 시계 소리에 신경질이 난 얼굴이 되더니 발을 위아래로 마구 붕붕 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피구를 하다가 나온 것이 상당히 억울한 모양이었다.
“오늘 꿨던 꿈 때문에 이게 뭐야. 하아, 갑자기 최강림은 왜 내 꿈에 나타나서 오늘 내 하루를 망쳐놓냐고!!”
체육 시간을 끝까지 하지 못한 억울함도 있지만, 꿈 때문에 온종일 친구들에게 이상하게 보였다는 게 제일 짜증이 난 듯한 하리였다. 그래도 오늘 최강림 안 봐서 어색한 분위기 나거나 하는 건 피하니까 그건 좋았네. 하리는 그것만은 좋았다고, 조금은 만족해하는 미소를 지으며 코에서 나는 코피는 언제 멎을까, 점심시간 다 되어 가는데 점심은 어떻게 먹지, 코에 휴지 대충 막고 갈까, 많은 생각을 해가다가 드륵, 급하게 열리는 듯한 양호실 문소리에 양호 선생님이 놓고 가신 물건이라도 가져오셨나, 하는 생각에 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최강림?”
생각지도 못한 인물이 들어오자 하리는 어리벙벙해졌다. 지금 수업 시간일 텐데 여기서 뭐 하는 거야? 하리는 그 생각이 문뜩 들어 강림에게 물어보려 몸을 일으켰고, 강림은 누가 들어올까 재빨리 문을 닫고는 빠른 걸음으로 하리에게 다가갔다. 갑자기 다가오는 강림에 하리는 흠칫했지만,
“잠시만 이불 안에 들어가 있을게.”
“어, 어?! 잠시만…!”
강림이 부탁도 아닌, 억지스럽게 하리의 의견을 묻지 않고 하리가 덮고 있던 이불을 반 정도 들쳐서 제 몸이 이불 밖으로 안 보이게 들어가고는 덮어냈다. 강림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하리는 어이없어하면서 이불 아래로 슬쩍 보이는 강림의 얼굴에 도대체 뭐하는 거냐고 항의를 했다.
쾅!
“뭐, 뭐야.”
강림에게 항의에 대한 대답을 들으려 하기도 전에 무서운 얼굴로 문을 열어 재친 여학생의 무리를 보고 하리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여학생의 무리는 양호실을 홱, 홱, 소리가 나게 좌우로 살피더니 이글거리는 눈으로 혹시 여기에 강림이가 안 왔냐고 물었다. 그 말을 듣고 바로, 하리는 슬쩍 이불 밑으로 보이는 강림에게 시선을 뒀고 강림은 하리와 눈이 마주치자 바로 검지로 쉿, 알리지 말라는 몸짓을 취했다. 하리는 글쎄, 라는 말을 하며 아까부터 쭉 혼자 있었거든. 다른 데에 있는 게 아닐까? 하고 말하자 여학생의 무리는 알겠다며 침대에 누운 거 보면 많이 아픈 거 같은데 괜히 방해해서 미안, 사과하곤 재빠르게 자리를 떴다. 여학생이 뜨자 하리는 기가 있어 보였던 여학생들에 의해 생겼던 긴장을 풀면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고 인기척이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야 강림은 바로 이불에서 나와 하리의 옆에 나란히 앉았다. 딱 달라 붙어있을 정도라는 게 느껴졌지만, 하리는 애써 무시하며 강림에게 무슨 사정 때문에 이런 상황으로 온 것이냐고 물으려고 강림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힛. 하리는 하마터면 자기도 모르게 이상한 소리를 낼 뻔했다. 그럴 것이 생각보다 가까운 거리, 코끝이 닿는 거리였으니 말이다.
『구하리..』
『강림아..』
으아악!!! 하리는 순간적으로 꿈에서 강림과 키스하려던 것이 떠올라서 꿈에서 정말로 했는지, 안 했는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지금의 상황과 비슷한 거리에 이른 것에 머리가 혼란스러워져서일까, 새빨갛게 물들어버린 얼굴을 한 하리는 이제 네 사정 알고 싶지 않으니 얼른 가라며 강림에게 제 얼굴을 보여주지 않고서 홱홱, 손을 흔들며 보내려 했다. 하리의 바람대로 강림은 자리를 뜨지 않고 하리를 걱정스럽게 보며 하리의 머리칼을 조심스레 쓸어내렸다. 그러다 하리의 코에서 나온 듯한 피가 묻은 것을 본 강림은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하리의 코밑에 묻은 피를 닦아내고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너 원래 아파서 오는 애 아니잖아. 너 재우고 갈게.”
그래야 마음 편할 거 같아서 그래. 마치 하리가 반발한 걸 알고 있었던 거처럼 붙이는 말에 하리는 어쩔 수 없이 코밑까지 이불을 가져와 몸을 뉘었다. 억지로 눈을 감아 잠을 청하던 하리는 옆에서 바스락거리면서 배에 손이 올려지는 게 느껴지자 뭐야! 확, 눈을 떴다. 눈을 뜨자 하리의 앞에 보인 것은 제 옆에 괴어 누운 강림이었고, 그런 강림이에 하리는 놀라서 뭐하는 거야!! 하고 소리쳤다.
“엄마가 어렸을 때 잠 오게 해주던 거야. ……팔베개는 못 할 테니까 이거만이라도 하려고.”
덤덤하게 말하면서 엄마가 해줬던 거라는 얘기를 꺼내는 강림에 하리는 끙, 하다가 아무렇지 않은 듯한 강림의 모습을 보고 괜히 부끄러워져 빨리 자버리자, 하는 생각으로 질끈 눈을 감아버렸다. 옆에 괴어 누워있던 강림은 토닥토닥 하리의 배를 두들겼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하리는 새근새근 잠자리에 들었다. 하리가 잠자리에 든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강림은 하리가 깨어나지 않게 조심히 자리에서 일어나 하리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더니 슬 웃으며 하리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잘 자, 하리야.”
하리의 이마에 가벼운 입맞춤을 하고는 하리가 있는 침대에 커튼을 쳐둔 뒤, 소리가 덜 나게 양호실의 문을 열어 닫고 가는 강림이었다. 하리는 꿈처럼 강림과 입맞춤을 하진 않았지만, 강림이 이마에 입 맞춘 것을 전혀 모른 채 기분 좋은 얼굴로 자고 있을 뿐이었다.
'신비아파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리온하리] 이어폰 (2) | 2018.02.22 |
---|---|
[강림하리] 데이트 (0) | 2016.11.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