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실수해버렸네~.”


주룩주룩 비가 내리는 하늘 아래, 검은 정장을 입고 있는 남자가 이를 드러내 웃어 보이며 어느 골목길의 벽에 주저앉아 있었다. 한 손으로는 배를 감싸고 있었는데 손 사이로 붉은 액체가 흘러나오는 것을 보아 꽤 큰 상처가 난 모양인 듯했다. 그는 고개를 숙이더니 손을 살짝 들어 칼로 벤 듯한 상처가 배에 새겨진 것을 보곤 잘 안 없어지겠네, 하고 중얼거렸다. 여전히 멈추지 않고 나오는 피와 상처 위로 올려놓았던 손이 피범벅이 된 것에는 안중에도 없는 것일까, 상처가 배에 남겨질 것을 걱정하던 그는 어느새 손을 내려놓곤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며 빗방울을 맞아가다가 아, 졸려. 그 말을 마지막으로 중얼거리며 두 눈을 감았다.



“…?”


한 손으로는 우산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저녁거리를 산 모양인지 여러 가지의 음식이 담겨 있는 장바구니를 팔에 걸고서 걸어가던 시민, 쵸로마츠는 제집과 연결되어있는 골목길에 그가 쓰러져 있는 것을 보곤 멈칫하며 걸음을 멈췄다. 조용히 그를 내려다보던 쵸로마츠는 바닥에 고인 물 사이로 붉은 액체가 퍼지는 것을 보곤 휘둥그레지더니 천천히 허리를 숙이며 장바구니를 바닥에 내려놓더니 그의 어깨를 잡아 흔들어 보았다. 이봐요. 정신 차려요. 이미 의식을 잃은 모양인지 쵸로마츠가 흔드는 대로 흔들리는 몸에 쵸로마츠는 심상치 않음을 눈치채곤 그가 숨을 쉬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심장에 귀를 갖다 댔다. 두근─, 두근─. 약하지만 심장이 뛰고 있는 것에 쵸로마츠는 안심하며 몸을 떼었다. 쵸로마츠는 이제부터 제 앞에 있는 그를 어떻게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병원까지의 거리는 멀뿐더러 지금 병원으로 가서 치료를 받는다 해도 늦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급하게라도 제집으로 데려가 치료를 해줘야겠다는 것으로 생각을 마친 쵸로마츠는 우산도마저 내려놓더니 바닥에 내려놓았던 장바구니를 다시 팔에 걸곤 쭈그려 앉은 채로 등을 돌려 그를 업히게 한 후 골목길을 빠져나갔다.


“후─.”


집에 도착한 쵸로마츠는 소파에 그를 내려놓곤 와이셔츠만 남겨놓은 채 어두운 골목길에서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던 그의 상태를 살펴보았다. 생각보다 크게 나 있는 상처와 누군가에게 맞은 듯한 멍 자국에, 오래전에 입은 듯한 여러 상처까지, 흰 와이셔츠 사이로 비쳐오는 그의 몸을 보곤 당황했으나 침착하자, 침착해, 라는 말을 반복하는 것으로 저를 다독여 마음이 한층 가라앉게 한 후에야 그의 웃옷을 천천히 벗겨내기 시작했다. 옷을 벗어내면서 상처에 닿은 모양인지 앓는 소리를 내며 흠칫하는 그에 쵸로마츠 또한 흠칫하며 안절부절못하는 얼굴로 그를 바라보다가 앓는 소리가 가라앉은 그에 안심하며 옷을 다 벗겨냈다. 옷을 다 벗기자 상처들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단단한 근육으로 다져진 그의 상체가 눈에 들어와 무슨 일을 하길래 같은 남자인 나보다 몸이 좋은 거야…. 부러워하는 눈으로 멍하니 바라보다가 배에 난 상처에서 나오는 피를 보곤 흠칫 놀란 쵸로마츠는 의식도 없는 환자 앞에서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얼른 치료나 해주고 씻자! 우산을 쓰지 않고 와서 빗물로 홀딱 젖었으며 그의 상처로 벌어진 피가 등을 적시는 느낌이 들기도 해 결벽증이 있는 쵸로마츠는 하루빨리 더러워진 제 몸을 씻고 싶어 안달이 났지만 제 앞에 있는 환자를 먼저 치료해주는 것이 우선이었기에 최대한 그의 상처를 치료하는 것에만 집중하자고, 제 몸이 더럽지 않다고 자기최면을 걸며 그의 치료에 힘썼다.

그의 상처 위로 거즈를 붙이고 떨어지지 않게 테이프를 여러 개 붙여 고정한 후, 붕대로 그의 몸을 감싸는 것으로 마무리할 수 있게 된 쵸로마츠는 뿌듯함을 느끼며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 바닥에는 그의 여러 상처를 치료하느라 피로 젖어있는 솜과 휴지들이 굴러다니고 있었으며 그의 몸을 두른다고 꺼낸 붕대는 엉키고 엉키면서 바닥에 풀어헤쳐 진 것이 엉망진창이었다. 뿌듯해하며 양옆에 꽃이 피어나는 환상이 보일 정도로 웃고 있던 쵸로마츠는 바닥이 엉망인 것을 보고는 멘탈이 깨질 것만 같았다.


“괘, 괜찮아. 조금만 시간을 들여서 치우면 되니까….”


그렇게 멘탈이 갈리는 와중에도 자신을 위안하던 쵸로마츠는 뒤늦게 잊고 있던 것을 떠올렸다. 아악!! 비명을 지르던 쵸로마츠는 치료하면서 잊고 있던 제 몸 상태를 뒤늦게 떠올렸고 서둘러 씻기 위해 욕실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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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마피아 오소마츠와 일반인 쵸로마츠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기에uu

결국 마피아라는 건 못 썼지만... 나중에 시간이 된다면 한 번 쭉 이어서 써보고 싶다(근데 못 쓸 거 같다..

오소쵸로로 생각하고 쓴 거 같은데.. 일단 정확히 생각 안 했으니까 속도마츠로 썼다!

Posted by 쿠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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