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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볶] 택배상자

쿠메이 2015. 10. 7. 18:38

혼자 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던 김록은 바로 오늘, 색다른 경험을 받게 된다. 그 시작은 딩동, 하고 울리는 초인종에서부터. 초인종 소리에 김록은 누구세요, 하고 물으며 문을 열었다. 아니. 열려고 했지만, 문앞에 뭔가가 가로막고 있어 완전하게 열지를 못해 뭐지, 하고 문밖으로 겨우 얼굴 내미는데 커다란 상자가 가로막고 있는 것을 보고 당황스러워했다. 그냥 상자도 아니고 자신에게 선물을 주려던 것처럼 리본까지 묶어서 예쁘게 포장되어있는 것에 김록은 문밖으로 나와 누가 보낸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상자를 꼼꼼히 살펴보았지만 누가 보냈는지 확실하게 알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문앞에 커다란 상자를 두고 있으면 길을 막게 할 테니 어쩔 수 없이 집 안으로 상자를 집어 밀었다.


"……."


상자를 겨우 집안으로 가져온 김록은 침대에 걸쳐 앉아 자신의 앞에 떡하니 놓여 있는 상자를 어떡하면 좋을지 고민했다. 분명 자신의 집으로 초인종 소리가 울렸고 바로 문앞에 있던 것이니 자신에게 온 것이 확실했다. 수신자가 없는 것이 수상쩍어 여는 것이 꺼리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계속 열지 않고 두는 것은 괜히 시간만 낭비하는 거 같아 아, 모르겠다. 어서 열고 이상한 거면 버리자, 하는 생각을 하며 상자의 뚜껑을 열어 보았다.


"……?"


뚜껑을 열고 상자 안에 있는 것을 본 김록은 자신이 잘못 보고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에 다시 뚜껑을 닫고 두 눈을 비벼보더니 다시 뚜껑을 얼어 살펴보았다. 잘못 본 게 아니란 것을 알려주는 듯 처음 열었을 때와 같은 장면이 김록의 눈에 보이자 김록은 상자가 문을 가로막았을 때보다 더 당황스러워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도진우가 왜 여기에 있는…….'


상자 속에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진우였다. 그냥, 평범하게. 진우만 있는 거라면 당황스러움이 적었을지도 모른다. 상자 속에 들어있는 진우는 다른 것도 아니고 흑세라를 입고 있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진우는 아무것도 모른 채 몸을 웅크리며 잠에 빠져 있었다. 몸을 웅크리며 자고 있어서일까, 살짝, 이었지만 다리가 움직이면서 치맛자락으로 가리고 있던 허벅지의 새하얀 속살이 드러나 보였다. 그것뿐이겠는가, 허벅지까지 오는 검은 스타킹을 신고 있었는데 올이 나가서 구멍이 사이사이로 뚫려있었다. 검은 스타킹 사이의 나간 구멍으로 뽀얀 피부가 보일 듯 말듯 하는 것이 애간장을 태우게 했다. 더 보다가는 이상한 마음이 들 거 같아 서둘러 위쪽으로 시선을 돌리는데 진우의 양손으로 시선이 저절로 갔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어두운 옷과 대비되는 새빨간 리본이 예쁘게 양손을 묶어 놨으니 말이다. 완전히 포박되어있음에도 잘 자는 진우가 대단하다고 느끼면서 마치 진우가 선물인 거처럼 리본이 묶여 있네,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잠깐… 선물?"


진우가 선물이라는 생각에 미치게 되자 김록은 최대한 빨리 상황파악에 나섰다. 설마… 그 커다란 선물의 정체가 지금, 내가 보고 있는 도진우…? 그렇게 생각을 마치게 되자 김록은 그대로 상자를 뒤로하곤 침대에 얼굴을 파묻더니 이걸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난감해 하며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식히려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