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한-유라] 키스해줄까요?
"키스해줄까요?"
뜬금없이 묻던 정한, 그의 말에 유라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무표정한 그의 얼굴로는 왜 그런 말을 하는 것인지 짐작할 수가 없었다. 그런 유라의 마음이라도 알아챈 것인지 그는 어제 스승님이 부럽게 보셨던 거 같아서요, 라는 대답으로 유라의 궁금증을 풀어내 주려 했다. 여전히 유라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다가 뒤늦게 그가 왜 그런 말을 한 것인지 알아채고 당황해했다. 어제 유라는 늦은 저녁, 가볍게 산책을 하며 집으로 돌아가던 중에 천천히 서로에게 다가가더니, 점점 스킨십이 깊어지면서 거리가 가까워진 두 사람이 깊은 입맞춤을 한 장면을 목격한 것이 원인이었다. 어둑어둑한 시간이니 조용한 이 분위기에선 일어날 법한 일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짜증 난다는 듯 눈살을 찌푸리고 갔던 유라였지만, 소중하게 해줄 사람이 있다는 것에 부럽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혹시 그걸 입 밖으로 내뱉었나 혼란스러워하기 시작했다. 동공 지진을 하며 안절부절못하는 유라에 그는 스승님? 하고 유라를 부르며 한 발짝 다가갔다. 그의 행동에 유라는 움찔하더니 도둑이 제 발 저린 거처럼 횡설수설 거리기 시작했다.
"내가 네 스승이고! 어른이긴 하지만! 그런 경험이 없어서… 아, 아니! 모태솔로였다는건 아니고!"
횡설수설하다 보니 안 해도 될 말을 해버리고 말았다. 모태솔로가 아니란 것은 거짓말이었지만, 자신의 제자이면서 아직 고등학생인 아이에게 그런 진실을 말하기에는 부끄러웠던 유라였다. 여기선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게 좋겠어. 그렇게 결론을 내린 유라는 당당한 자세로 그에게 외쳤다.
"이 스승이 못 해줄 건 없지! 어디 해봐라!"
제자로서 걱정되는 마음이나 그냥 해본 말이겠지, 설마 하겠어? 라는 마음으로 유라는 당당하게 허리에 두 손을 짚고 정한의 반응을 기다렸다. 정한은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더니 슬 웃으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어? 그녀가 제 상황을 알아채기도 전에 정한은 산들바람처럼 그녀에게 다가가 어느 순간 그녀의 시선에 맞춰 허리를 숙이곤, 그대로 그녀의 볼에 제 손을 살며시 올려놓음과 동시에 그녀의 입에 제 입을 맞췄다.
에. 에... 에에~?!!?!?!?!!
순간적으로 고요해진 공간 속에 작지만 쪽, 하는 민망한 소리와 함께 말캉한 감촉이 입술에 닿음을 느끼자 유라는 점점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끼며 이 상황을 벗어나고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래 봤자 상황은 바뀌지 않은 채 그대로. 29살인 나이까지 오면서 동정이었던 그녀는 제자이긴 하지만, 어찌 됐던 이 상황으로 인해 정한도 남자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것도 잠시, 그가 제게 입맞춤을 해오자 유라는 순간적으로 긴장에 몸이 쭈뼛 서게 되었고, 자기도 모르게 몸이 조금 떨려오는 것을 느끼며 두뇌의 모든 기능이 정지된 기분에 혼란스러워하기 시작했다. 그야 이런 입맞춤은 화해의 뽀뽀로 어렸을 적에만 해보고 그 이후로는 해본 적이 없었으니 당연했다.
'이, 이다음은 어떻게 해?! 나, 나, 어쩌면 좋지...?'
허리에 두던 팔도 언제부터인가 툭, 하고 힘이 빠져 허공에 있을 뿐이었고, 유라는 점점 산소가 없어지는 느낌에 두뇌 회전이 잘 안 되어 머릿속이 새하얘지는 것만 같았다. 당연히 그럴 만도 했다. 유라는 너무 긴장한 나머지 코로 숨 쉬어도 될 것을 생각하지 못하고 입이 막혀버린 것에 숨을 쉬지도 못하고 호흡에 가빠졌으니 말이다.
"…스승님."
"으에?"
몽롱해진 의식 속에 스승님이라 부르는 정한의 목소리를 듣곤 유라는 두 눈을 깜빡이며 제 앞에 서 있는 정한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제 몸은 갑작스럽게 받은 입맞춤의 영향으로 힘이 빠져 제대로 서 있지 못 해 정한이 한 손으로 받혀주고 있었으며 가까운 거리지만 언제부터인지 저를 내려다보고 있는 정한의 모습이 유라의 눈에 비췄다. 방금까지 입 맞추고 있었는데… 언제 뗐지? 두 눈을 깜빡이며 천천히 정신을 찾아가던 유라는 다음에 한 정한의 말을 듣고 번뜩, 정신을 차릴 수밖에 없었다.
"혹시 동정인가요?"
"안정한!!!!!"
정한을 제자로 받아들인 이후로 이름으로만 부르던 유라가 성까지 붙이며 정한에게 화를 냈다. 갑자기 화를 낼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지 움찔하며 한걸음 유라에게서 떨어진 정한이었다. 유라는 씩씩거리며 정한을 바라보다가 삿대질을 하며 외쳤다.
"오늘부로 한 달간, 내 괴도 일에 참여, 관람, 어떤 것도 금지야!!! 이건 스승으로서 명령이야!"
명령이라는 단어를 강조하며 굳게 다짐한 듯 외친 유라다. 그러면서 울먹이긴 했지만, 모른 척하기로 하자. 제자에게 동정이라고 사실을 듣게 되니 29살 나이에 감정이 울컥, 차올랐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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